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회사와 연구진들이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탄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단일건강보험체제로 전자의무기록(EMR) 등이 의무화돼 있어 융합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AI를 활용한 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 승인을 받은 제품은 총 9개다. 지난해 5월 뷰노가 국내 첫 의료 AI인 ‘뷰노메드 본에이지’의 시판허가를 받은 뒤로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임상 시험 승인 건수 역시 지난해 2건에서 올해 5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IBM의 ‘왓슨’이다. 300종 이상 의학저널, 200권 이상 전문서적 등에서 암 관련 자료를 학습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 8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와 미국 환자들이 자주 걸리는 병이 달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들은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1호 AI 의료제품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엑스레이로 촬영한 어린이의 손목뼈를 분석해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대한 진단을 한다. 표준화된 어린이 손목뼈 사진을 AI가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실제 진료를 받는 아이의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한다. 뼈 마디의 간격, 뼈의 모양과 크기 등을 고려해 향후 아이의 신장 등 발육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의사가 20분 가량 직접 300장 이상의 표본 사진과 비교해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 비해 100%에 근접하는 정확도와 20초 내외의 짧은 분석 시간이 눈에 띈다.
루닛의 ‘루닛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를 활용한 폐암 결절 진단에 대해 품목허가를 지난해 8월 획득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루닛인사이트 MGG’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환자의 암 조직을 분석해 적합한 치료가 무엇인지까지 제시할 수 있다. 서울대 병원 등에서 도입했을 정도로 현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다만 식약처 승인을 받은 뒤에도 실제 판매와 보급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AI를 활용한 질병 진단과 의사가 직접 수행하는 질병 진단의 수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하면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