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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지식의 세계사]한국인 눈으로 들여다본 서양철학

■육영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프랜시스 베이컨, 볼테르, 제러미 벤담,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미셸 푸코….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서양의 철학자들이다. 베이컨은 종족·동굴·시장·극장 등 ‘4대 우상’을 주창했고, 벤담은 원형 감옥으로 유명하다.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 ‘감시와 처벌’을 쓴 푸코 등 이들 서양철학자들을 우리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프리즘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 프리즘들은 과연 우리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로서 유효할까. 신간 ‘지식의 세계사’는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 책이다. 유럽 근현대 지성사를 총망라한 한편 우리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30년 동안 계몽주의와 지식권력의 역사를 깊이 탐구해왔다.


우선 ‘지식권력의 역사’라는 키워드로 유럽 근현대 지성사에 접근했다.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과학혁명이 일어난 시기의 지식인인 베이컨은 낡은 사유의 체계와 결별하고, 혁신적인 세계관을 포용한 인물이다.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하며, ‘계몽의 빛’으로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앎’이 곧 권력이 되며, 알고 싶은 욕망이 바로 권력의 의지라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추동한 진보사상은 생시몽의 산업주의와 콩트의 실증주의를 낳으면서 이제는 특권 계층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지식의 생산을 촉구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간의 합리적인 쾌락을 옹호한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를 싹 틔웠다. 베이컨부터 밀까지 이들 모두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흐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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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이성과 합리성에 반기를 든 사상가들이 출연했다. 바로 니체와 프로이트다. 니체는 아폴론적 이성에 맞서는 디오니소스적인 광기를 옹호했으며, 누구보다 육체의 힘을 강조했다. 프로이트는 이성과 합리성에 가려진 무의식이라는 개념으로 근대인의 비합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같은 주장이 탄생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저자는 유럽이 산업화되면서 계급투쟁과 민족갈등이 심해지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주의가 휩쓸며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이 강해졌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베이컨이 대법관, 상원의원 등 관직의 꽃길만 걸을 수 있었던 이유를 비롯해 45세 나이에 14세의 부잣집 소녀와 결혼해 아내의 지참금으로 생활한 이야기, 고위공무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여줬던 비굴함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곁들였다. 2만1,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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