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펫코노미] "우리 해피, 그냥은 못 보내요" 유골보석 만들고 납골당 안치

■급부상 하는 반려동물 장묘 시장

반려동물 특별하게 보내고픈 마음 겨냥

수의 입히고 화장시키는 등 서비스 진화

유골로 만든 '스톤' 목걸이·팔찌 판매도

시장 활성화돼 상업화 그림자 짙어지자

일각선 "지갑 여는 것에 혈안" 비판도

펫코노미



#12살 푸들 ‘해피’를 키우는 A씨는 최근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고민에 빠졌다. 12년간 가족처럼 지낸 푸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반대에도 A씨는 장례업체를 통해 해피에게 수의를 입히고 오동나무 관에 꽃과 함께 넣은 뒤 화장시켰다. A씨는 “총비용이 40만원가량 나왔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며 “반려견의 마지막을 잘 보내준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살면서 언젠가 꼭 마주하게 되는 죽음, 반려동물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하는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가족처럼 키워온 반려동물을 특별하게 보내주고 싶다는 반려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이미 업계에서는 사람처럼 장례를 치러주는 서비스나 반려동물의 유골을 이용한 추모 상품 등 관련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반려동물도 죽으면 수의 입는다=키우던 강아지·고양이가 죽으면 집 앞 화단에 묻어주는 것은 ‘옛말’이다. 이제는 수의를 입히고 화장시키는 시대다.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 계획으로 장묘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55.7%로 가장 높았다. 주거지·야산 매립(35.5%)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러주는 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인 매드메이드·21그램뿐 아니라 롯데마트에서도 장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진행하는 장례 서비스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절차로 진행된다. △차량으로 반려동물 운구 △알코올 묻힌 솜으로 반려동물의 얼굴·항문 등을 닦고 털을 깎는 등 염 처리 △반려동물에게 수의를 입힌 후 입관 △화장 등의 순서다. 반려동물의 무게와 수의·관 종류에 따라 비용은 최소 30만원에서 100만여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데 보통 1시간30분가량 걸린다”며 “최근에는 24시간 장례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나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우울증 등을 겪는 ‘펫로스 증후군’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등 차별화된 서비스들도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추모공원 등 반려동물 장묘시설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전국의 동물 장묘시설은 7곳에 그쳤지만 올해 9월 기준 39곳으로 늘었다. 장묘시설 종사자도 2016년 91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껑충 뛰었다. 경상남도 김해시, 전라북도 임실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반려동물 장례시설을 추진하는 등 관심이 높다.

관련기사



반려동물죽었을때처리계획


◇곁에 두려고… ‘유골 보석’에 복제까지= 반려동물 장례 시장은 장례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화장한 반려동물의 유골을 활용한 상품도 인기다.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어떤 방식으로든 간직하고 싶은 보호자들을 겨냥했다. 반려동물을 화장한 유골을 동그란 보석처럼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이 대표적이다. 납골당이 아니라 언제 어디든 눈에 보이는 곳에 스톤을 두고 반려동물을 추억할 수 있어 반려인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는 후문이다. 스톤으로 목걸이·팔찌까지 만들어 판매되기도 한다. 유골을 넘어, 반려동물의 털을 펜던트 안에 넣은 열쇠고리를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작은 ‘유골 보석’을 넘어 아예 반려동물을 복제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노진은 지난 2017년 유전자를 편집해 반려견 비글을 성공적으로 복제했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가 반려견 복제를 의뢰받은 것만 지난해까지 총 20명. 회사의 복제견 서비스 가격은 38만위안(약 6,200만원)이다. 거액을 주고서라도 반려동물을 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수암생명공학원에서 2009년부터 복제견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내오면 수개월 뒤 복제견을 받아보는 식이다.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공학원은 미국의 유명 구조견 등을 수십종 복제견을 생산해 주인에게 줬다고 소개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장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윤리적인 논쟁이 거세지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당장 반려동물의 복제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주장이 거세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두고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데만 혈안이 돼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7월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 장례업체가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면서 다른 반려동물의 유골을 섞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는 세라믹 보강제, 화학약품을 첨가하는 곳도 있다”면서 “작업과정을 보여주지 않는 회사는 일단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사람 화장시설과 마찬가지로 동물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경남 진주에서는 동물 화장시설을 설치하려는 건축주와 주민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동물 사체를 소각할 때 나오는 연기와 분진이 공기와 지하수를 오염시켜 농산물 가치를 하락시킨다며 화장시설 건축에 반대하고 있다.
/김지영·손구민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