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0일 만기가 돌아온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자금조달 없이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추석 명절 등으로 매출이 늘어나 현금 흐름이 개선된 덕이다. 2·4분기 기준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3억원에 불과했다.
이마트의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있다. 2·4분기 기준 이마트의 차입금은 6조원가량이다. 지난해 말 미국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한 것과 자회사 SSG닷컴의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차입 영향이 컸다. 여기에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 업계가 침체 돼 수익성도 나빠졌다. 급기야 이마트는 지난 2·4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후 첫 분기 적자다. 더욱이 9월까지 총매출액은 1조3,5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잠정)가 줄었다.
그렇다 보니 신용등급도 좋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투자적격등급 중 최하위인 BBB-를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부채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수익성 악화로 인한 차입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익성 및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져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떨어질 경우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기관 투자도 제한될 수 있다.
이런 탓에 이마트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 온라인 유통 채널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영업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내년 2·4분기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6,4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가 10여개의 자가점포를 자산 유동화해 현금 마련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점포 건물을 매각한 다음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이다. 결국 업황 개선, 유동화 성공 등이 뒤따라야만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셈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이자 비용과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자 비용 감소 폭보다 임대 비용 발생에 의한 수익성 하락이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