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그널] 15년 끌었지만… 결국 한 발자국도 못나간 국민연금 '운용 독립'

의결권 없는 '허울' 뿐인 상근 전문위원 3명 임명

정부에 무게추 솔린 기금委 의사결정구조는 그대로

3분1 찬성 안건 기금위 직행은 되레 독립성 헤칠수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년 해묵은 과제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제고 방안이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하지만 법 개정이라는 정공법 대신 시행령 개정이라는 차선책을 택한 탓에 정부의 입김을 줄이는 방안을 찾지 못했다. ‘상근’ 전문위원을 통해 최대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겠다는 게 정책 당국의 설명이지만 결국 허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방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및 관련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7차 회의를 열고 기금운용위 운용 개선방안을 논의·의결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상근 전문위원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 상설기구에 상주하면서 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보상 등 산하 3개 전문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요건을 금융·경제·자산운용 등의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민간 전문가로 한정했다. 또 대표성을 고려해 각 가입자단체(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이다.


이들 상근 전문위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신분은 민간인으로 둔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인력 또한 민간에서 뽑을 계획이다. 개선안엔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관련 정보에 실질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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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방안이 국민연금의 ‘운용 독립’이라는 실질적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는 국민연금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20명의 위원 중에서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당연직 위원이 5명에 달한다. 국책연구기관장도 2명이다. 그만큼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국민연금을 정책에 동원하려는 일이 빈번히 발생해 왔다. 국회에서 2003년부터 17차례나 법 개정안이 발의가 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국회 회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결국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 없이 전문위원 제도만으론 허울뿐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선안으로 되레 정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복지부는 기금운융위 위원 3분의1 이상이 동의하는 안건의 경우엔 위원회 안건으로 공식 부의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엔 3분의1 이상이 동의하는 안건은 회의소집을 통해 논의한 뒤 안건을 상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기금위 위원 중에서 범(凡) 정부성향으로 분류되는 표만 8표로 전체(20명)의 3분의 1을 넘는다. 쉽게 말해 정부로 무게추가 쏠려 있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정부의 입맛대로 기금운용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일단 정책당국은 법 개정이 이해관계의 대립이 여전 첨예한 만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전문위원 제도로 최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가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 방안은 과거와 달리 큰 의미 갖는다”며 “독립성이나 객관성 등 국민 우려 많지만 최소하나마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문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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