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13기 데모데이 현장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패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 멘토를 자처하며 “SK그룹이 가진 데이터를 스타트업에 제공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날 데모데이에는 최 회장 외에도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무대에 올랐다. 박 선수는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로 후배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의 초석을 마련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자 스파크랩의 벤처 파트너로 합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데모데이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마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을 알리는 자리다. 스파크랩은 이 데모데이를 스타트업들의 콘서트이자 축제로 만들었다. 최신 기술 동향과 업계 주요 이슈에 대한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는 “미국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의 데모데이는 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며 “스파크랩은 국내 최초의 액셀러레이터였기 때문에 한국에 액셀러레이터와 데모데이를 알리기 위해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20명으로 출발했던 스파크랩 데모데이는 2019년 6월 13기에 2,700여명이 참석한 행사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6월 데모데이 때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무대에 올랐으며 올해 6월에는 최 회장, 박 선수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오는 12월12일에는 핀테크와 인공지능(AI)·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에서 선정된 14기 스타트업들이 주인공이 되는 데모데이가 열릴 예정이다.
김 대표는 “규모가 커지니 스타트업에 부가적으로 도움되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며 “투자뿐 아니라 비즈니스 쪽으로도 홍보와 이용자 확보 효과 등 상상하지 못했던 협업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연사들의 패널 토론 등도 중요하지만 데모데이의 핵심은 스타트업의 서비스·제품 소개다. 이 순간을 위해 스타트업들은 한 달가량 공을 들여 발표 연습을 한다.
김 대표는 “해외와 달리 아시아 스타트업들은 전반적으로 비즈니스 설명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핵심만 전달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시킨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파크랩은 데모데이를 어떤 행사로 발전시키고 싶을까.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형성되려면 대표적인 콘퍼런스가 필요하다”며 “아시아는 아직 (대규모 콘퍼런스가) 많이 없지만 협업을 통해서 앞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