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업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1일 삼성전자와 가진 자상한 기업 업무협약식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상한 기업은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줄인 말로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인프라·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공유하는 중기부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이다. 박 장관이 취임하면서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네이버 등에 이어 일곱 번째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제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중기부와 삼성전자·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코엑스에서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 장관은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눈길을 끈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박 장관의 평가였다. 박 장관은 20대 국회의원 시절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을 겨냥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해 ‘삼성 저격수’로 통했다. 하지만 이날 박 장관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켜세우며 “삼성과 어디를 연결해야 가장 효과적일까를 생각하다 첫째 테마를 스마트공장 고도화로 잡았고, 중기중앙회와 손을 잡으면 굉장히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자상한 기업 선정 과정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박 장관이 자상한 기업 흥행을 위해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자상한 기업의 취지에 맞으면 기업의 사이즈는 상관없다”며 “(자상한 기업을 하겠다고)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에 나섰고 올해 9월까지 총 450억원을 투입해 2,165개 기업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를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하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고도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체계적인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간다면 ‘더 똑똑한 스마트공장’으로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장서 나갈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지원한 스마트공장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재·부품·장비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고,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도 “중소기업에 ‘물고기를 잡는 법’을 전수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박 장관의 삼성에 대한 평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퀀텀닷(QD)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삼성이 한국경제를 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과 겹치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