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의 창업자가 미국 제재로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설치하지 못하는 데 따른 매출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11일 화웨이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19일 진행된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과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못해 유럽 시장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100억달러가량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런 CEO는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를 계속 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OS인 ‘훙멍(鴻蒙)’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 8월 스마트폰·태플릿PC·TV 등에 두루 활용할 목적으로 훙멍을 공식 발표했지만 실제 탑재된 기기는 TV에 불과하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 여파로 화웨이는 최근 출시한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30 시리즈에 정식 구매 버전이 아닌 오픈 소스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서는 판매를 시작했지만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출시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구글 검색, 구글 지도, 지메일 등 구글의 앱도 설치할 수 없는 메이트 30을 외면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하지만 화웨이 측은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타격은 회사 전체 규모에 감안할 때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올 상반기 화웨이의 매출액은 4,013억위안(약 6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다. 미국 제재로 중국 내 반발 심리가 커지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가 화웨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웨이 제재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민감하지 않은 물품’에 한정될 방침인 만큼 화웨이가 바라는 안드로이드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