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일본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의 첫 번째 절차인 양자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국이 1차 양자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일본은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다자통상체제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WTO 비합치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일측이 수출제한조치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되는 3개 핵심 품목에 대한 일본의 차별적이고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는 WTO 상품무역협정(GATT), 서비스협정(GATS), 무역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TRIMS) 등에 위배 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자협의를 마친 정 협력관은 현지 취재진에게 “결론적으로는 (오늘 양자 협의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된 것은 없지만, 추가 협의를 계획했으니 양국 간 논의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에 왜 추가 협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추가 협의를 해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거나 예단하기 어렵지만, 재판 절차로 가기보다는 조기에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양자 협의는 한 차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한 차례 더 하기로 했다는 것은 양국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협력해 나가자는 대화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일본 측 수석 대표인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은 한국 측보다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국은 종래 입장을 주장했다”면서 “한국이 정치적 동기로 WTO에 이 의제를 가지고 온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 측의 수출 관리 운용 및 체제 취약성에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민수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확인되면 (해당 품목을) 허가하고 있으므로 금수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양자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2차 협의 일정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