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작업복은 언제나 너덜너덜해 구멍이 뚫려있고 지저분했다. 그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한 증언이 당시 함께 일했던 일본인에게서 나왔다. 도쿄신문은 12일 일본의 패전 직전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에서 일하다 원자폭탄에 피폭당한 니시야마 스스무(91) 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1942년부터 이 조선소에서 일했다는 그는 “100명 정도 대열을 이룬 조선인 징용공들은 힘없이 걸어왔다. 영양실조 탓인지 바짝 마르고 기력이 없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선인들이 한 일은 거대한 배의 선체를 대못으로 연결하는 일이었다. 끈으로 연결된 허술한 작업대에 올라가 다른 징용공들이 건네는 못을 건네받은 뒤 못질을 했는데, 못이 빨갛게 뜨거운 상태여서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가장 위험한 작업이었고 발판이 불안정해서 추락사 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하자 일본인들이 징용공들에게 음식과 술을 대거 주면서 대접을 했다는 기억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상당히 가혹한 취급을 했으니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패전 후 대부분의 조선인 징용공들은 한반도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니시야마 씨는 일본 패전 후 조선인 징용공들이 살던 집단 숙소에 머문 적 있었다. 그는 “당시 ‘이런 돼지우리 같은 데서 살게 했구나’라고 생각하며 놀랐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이 인터뷰의 배경을 설명하며 “전에는 널리 알려졌던 조선인 징용공의 실상이 (지금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며 “열악한 노동환경과 민족차별이라는 무거운 사실을 잊고 있는 게 (한일 갈등) 문제의 배경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