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열린 첫 양자 협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당사국 양자 협의가 열렸으나 입장차로 인해 합의안을 찾지 못했다.
양자협의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의 첫 단계로 WTO 제소 이후 60일 동안 진행할 수 있다.
6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협의에선 의견차를 보였지만 재협의를 하기로 해 대화로 해결할 여지는 남겼다.
한국 측 수석 대표로 참석한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회동 후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2차 양자 협의 일정을 외교 채널을 통해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협의는 다음 달 10일 이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 협력관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이 3개 품목의 수출과 그에 따른 기술 이전을 포괄허가제에서 개별허가제로 수출 제한 조치를 한 데 대해 WTO 협정 위배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는 (오늘 양자 협의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합의가 도출된 것은 없지만, 추가 협의를 계획했으니 양국 간 논의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측에 왜 추가 협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추가 협의를 해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거나 예단하기 어렵지만, 재판 절차로 가기보다는 조기에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상 양자 협의는 한 차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한 차례 더 하기로 했다는 것은 양국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협력해 나가자는 대화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더불어 “(WTO 무역 분쟁의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설치 요청은 양자 간 협의를 충실히 한 다음에도 만족할 만한 협의안이 안 나올 때 그때 우리가 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측 수석 대표인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은 한국 측보다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국은 종래 입장을 주장했다”면서 “한국이 정치적 동기로 WTO에 이 의제를 가지고 온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 측의 수출 관리 운용 및 체제 취약성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민수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확인되면 (해당 품목을) 허가하고 있으므로 금수 조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양자 협의에 유럽연합(EU)과 대만이 참관을 원했으나 일본 측의 거부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구로다 부장은 “이번 사안이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 일본이 거절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달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구체적으로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 수출규제는 ‘상품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무역원활화협정’(TFA), 3개 품목에 관한 기술이전 규제는 ‘무역 관련 투자 조치에 관한 협정’(TRIMs)과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