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중 미니딜 中 판정승] 보조금 등 핵심조항은 "나중에 협상"..무역전쟁 불씨 여전

재선 급한 트럼프 "1차합의" 강조

일각 "中 시간끌기에 휘말려" 분석

기존 관세철폐 등 구체 계획 없고

中도 산업·통상정책 고수 불보듯

진정한 '빅딜' 과정까지 산넘어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측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은 후 류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측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은 후 류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1단계 합의”라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합의는 앞으로 3단계에 걸쳐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양측이 협의해야 하는 항목은 중국 정부의 산업보조금과 기술이전 강제, 저금리 대출 같은 구조적 문제다. 뒤집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이라고 언급한 이번 합의는 진정한 빅딜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고 그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월스트리트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11일 합의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중국은 400억~5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통화(환율),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동의했다. 대신 미국은 15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리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추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합의의 다른 면들도 대단하다”면서 “기술과 금융 서비스, 보잉 항공기에 160억~200억달러”라고 적었다. 보잉 항공기 추가 판매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세부적인 합의문이 나오는 데 3~5주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측이 1차 합의 내용에 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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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호한 부분이 많다. 부분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증시는 1%대 급등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12월15일로 예정된 추가 관세 인상 보류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기존 관세에 대한 언급도 없다. ‘중국 공산당의 비밀’을 쓴 리처드 맥그레거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는 중국이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돕기를 원했다”면서 “중국은 트럼프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평가했다.


내용에 따라 큰 성과가 될 수 있는 환율협정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불러온 플라자합의 같은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 환율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약속이 있었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재검토하겠다고만 했다”며 “환율 조항의 경우 개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수준인데 이는 이빨이 빠진 것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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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핵심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협상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산업·통상정책에 관해서는 미국과 합의할 생각이 없다. 향후 최종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금융규제와 수출통제, 공급망 압박 등의 전략을 추가로 꺼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자국 산업정책 변화에 대한 협상에는 뜻이 없는 중국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전략은 워싱턴과 계속 대화하는 동시에 그들의 모든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산물 추가 구매와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로 미국을 달래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겠다며 수차례 이 문제를 지적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의 산업·통상정책을 개선하지 못하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빈껍데기 협상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언제든 양측이 무역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미국프로농구(NBA)를 중국이 보이콧한 일이나 인권 문제가 심각한 신장 위구르 이슈로 미국이 중국 기업과 기관 2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일 같은 뇌관도 곳곳에 남아 있다. 화웨이 건도 이번 협정의 일부가 아니며 별도의 절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를 두고 미 언론이 ‘휴전(truce)’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UBS의 아트 캐신은 “이번 합의는 일시적 휴전으로 그리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크리스마스까지도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톰 오를릭도 “미니딜마저 잘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있다”며 “이번 합의의 세부 사항을 정하는 데 3~5주가 걸린다고 하는데 과거 협상은 이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깨지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2017년 7월 이후 15개월 만에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 해도 시장안정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금융가의 반응이다. 워싱턴에 있는 전략과국제관계연구센터의 스콧 케네디 미중 경제관계 전문가는 “미국은 앞으로 몇 달 안에 관세를 인상하지 않고 금융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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