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대중적 걱정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구분돼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인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KAIST 휴보랩) 센터장은 13일 대전 유성구 휴보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로봇 도입에 따른 실업 우려를 이같이 불식시켰다. 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산업국에서 1980~1990년대에 (제조 자동화를 위한) 로봇 도입붐이 일었지만 그 이후에는 20여년간 도입이 정체 상태”라며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로봇이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되짚었다. 실제로 로봇 도입을 통한 제조공정 자동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꽃 피운 자동차 산업에서조차도 사람이 하는 일과 로봇이 하는 일이 확연히 구분돼 있다.
오 센터장은 “그나마 아직 사람과 로봇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 중 경계가 애매한 분야가 일부 남아 있어서 최근 로봇의 개발방향이 그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그게 바로 (로봇이 사람을 도와 공동작업을 하는) 협동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협동로봇을 상용제품으로 출시하려 해도 관계당국의 제품인증제도가 미비해 기술이 있어도 성공적인 상용화가 쉽지 않다. 오 센터장은 “국내에는 협동로봇만을 따로 분류하는 인증체계가 아직 미비한 탓에 협동로봇을 개발해도 기존의 산업용 로봇으로 분류돼 관련 인증과 제도를 따라야 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로봇 개발자들이 이런 인증 문제로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인증 후 설치·운용에 대한 규제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사람과 가까이서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일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근로자가 가까이 있다가는 자칫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산업용 로봇을 공장 등에 설치할 때는 사람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도록 하고 위험거리 내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장벽인 ‘펜스’를 쳐야 한다. 협동로봇이 산업용 로봇으로 분류되면 이런 규정을 똑같이 적용받게 된다.
오 센터장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근로자와 가까이서 작동해도 안전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제작돼 있는데도 산업용 로봇과 똑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람을 도와 일해야 하는 협동로봇이 정작 사람과 섞여 일하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협동로봇이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 등이 정한 일정한 기준을 만족해 해당 규격 인증을 받으면 근로자와 근거리에서 섞여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인데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진통을 겪어온 것으로 안다”며 “해당 법이 빨리 입법화돼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전=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