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애물단지 제로페이...또 세금으로 '페이'

자치구 재정 손실분 330억

특별교부금 형태로 보전 논란

1416A01 제로페이 공공시설 요금 감면에 따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27일 금천구의 한 빵집 아르바이트생으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제로페이로 결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27일 금천구의 한 빵집 아르바이트생으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제로페이로 결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인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5개 자치구 재정에 구멍이 발생하면 특별교부금 형태로 모두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민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애초 연간 330억원에 달하는 부족 세수를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고 추계했다. 서울시는 연초에도 제로페이 가맹점 확보 등을 위해 특별교부금 300억원을 차등 분배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13일 동대문구의회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지난 4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구민회관 사용료 징수 조례 등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동대문구 경제진흥과는 이와 관련해 “향후 서울시에서 실제 수입 감소분을 산출한 후 2020년 특별교부금으로 보전해줄 예정이므로 비용추계서를 미첨부한다”고 구의회에 보고했다. 우려한 것처럼 제로페이 추진에 따른 공공시설 이용 할인혜택이 구의 세수 부족액으로 현실화되면 서울시가 시 재정으로 보전해줄 예정이라는 것이다. 즉 서울시장의 핵심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자치구별로 부족한 세수를 서울시가 시민 혈세로 메워 자치구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치구 수입 감소에 따른 서울시 재정보전’ 대책은 동대문구뿐 아니라 25개 자치구 전체에 전달됐다. 서울시 관계자도 “연말까지 제로페이 사용에 따른 자치구별 수입감소 현황을 집계해 내년도 특별교부금 교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방침은 서울시 부구청장 회의를 통해 통보했다”고 인정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될 수 있는 특별교부금을 시장의 업적 사업인 제로페이에 전용하려고 한다”며 “법상 위배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시민 세금이 제로페이 정책을 위한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치적 위해...세금, 市 쌈짓돈 전락”



연초에도 특별교부금 300억 편성

“제로페이 성공 위해 혈세에 손대”

자치구의회서도 비판 목소리 커

市는 “법적인 문제없다” 변명만

동대문구의 ‘제로페이 공공시설 할인 조례’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 /자료제공=동대문구의회동대문구의 ‘제로페이 공공시설 할인 조례’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 /자료제공=동대문구의회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제로페이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시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월 제로페이 사용 활성화를 위해 체육시설·도서관·공영주차장·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1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25개 자치구에 동참을 독려했다. 정책 입안 당시 서울시는 공공시설 수입의 감소분으로 시는 연간 88억4,200만원, 25개 자치구는 연간 330억원(2018년 연간 수입액에 시설별 할인율 10%와 제로페이 이용률 30% 적용)을 추계했다. 당시 서울시의회에서는 “자치구의 연간 예산은 평균 6,200억원에 불과하고 그중 75%는 복지 지출과 인건비에 쓰인다”며 “자치구 한 곳당 13억2,000만원의 수입 감소는 적은 규모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330억원은 당초 목표치일 뿐 실제 전부가 다 특별교부금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약 5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자치구의회에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공공 수입에 손을 대는 것이 맞는지, 절감분을 다시 시 세금으로 채워넣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7월 중구 의회에서 위상복 중구 전통시장과장이 “할인된 금액을 시 예산으로 서울시에서 다 채워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하자 이화묵 중구의회 의원은 “서울시든 나랏돈이든 다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동대문구의회에서도 5월 임현숙 의원이 “제로페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일종의 변칙 아니냐”며 “특별교부금은 제로페이를 하지 않았으면 편성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대문구의회는 총 18석 중 10석을 박 시장과 당적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지만 5월 관련 조례를 보류한 후 최근까지 통과시키지 않을 정도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우려는 이해하나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교부금은 특별한 재정 수요나 수입 감소에 대해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지적할 수는 있지만 제로페이 정책의 목적 측면에서 재원을 활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올해 초에도 △제로페이 가맹점 확보 △제로페이 사용 실적 △제로페이 활성화 관련 조례 개정 등을 기준으로 25개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300억 원을 차등 배분해 당시에도 재정 타당성 논란을 산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혈세 논란에도 서울시가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교부금 사용을 2년 연속 강행하며 박 시장의 업적 달성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는 특별교부금의 배분 조건을 △재해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어 해당 자치구의 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자치구의 청사 그 밖에 공공시설의 신설·복구·보수 등의 사유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 △그 밖에 특별한 재정수입의 감소 혹은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 세 가지로만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재정수입의 감소, 수요가 있는 경우’로 판단해 제로페이 판촉을 위해 특별교부금을 올해와 내년까지 연속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정의당·비례)은 “서울시민의 혈세인 자치구 특별교부금이 명확한 기준 없이 시장 주요 사업과 선심성 예산으로 사용될 여지가 높다”며 특별교부금 교부 시 각 기준에 대한 비율을 정하고 교부 내용을 공개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계류된 상태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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