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노사 단체교섭이 끝내 결렬됐다. 사측이 ‘아무것도 줄 게 없다’는 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 신차 구매 시 추가 인센티브 안을 제시하며 한때 잠정합의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노조 내 계파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노조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노조 집행부는 사측과의 올해 단체교섭 중단을 선언했고 이로써 한국GM의 올해 단체교섭은 다음달쯤 새 노조 선거를 통해 선출될 집행부로 넘어가게 됐다. 다만 한국GM 노조 현 집행부는 파업 등 모든 쟁의행위도 함께 중단하기로 했다.
1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내부 소식지 등을 통해 “노조 교섭대표들 간의 의견 불일치에 따라 10차 교섭을 끝으로 2019년 단체교섭은 11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한국GM 사측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10차 교섭에서 아무런 제시안이 없다는 당초 입장을 일부 수정하며 ‘성의’를 보였다. 한국GM 차량 구입 시 조합원들이 받는 기존 16% 할인에 더해 차종에 따라 100만~300만원을 추가 할인받을 수 있는 바우처 지급을 제시했다. 최근 5년간 누적적자가 4조4,447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성과급 등 현금을 지급하는 안은 없다는 기존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특별제시안’을 통해 노조에 합의할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측의 이 안은 메리 배라 GM 회장 등 글로벌 GM 최고경영진의 동의를 얻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한 입장이 노조 내부에서 갈리면서 극한으로 치달았던 한국GM 노사 협상이 합의 직전에서 깨졌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장을 비롯한 이번 집행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 안을 수용해 조합원 찬반 투표에 넘기려 했지만 다른 교섭대표들이 반대해 단체교섭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 집행부는 “노조에 대한 신뢰 추락과 책임론 대두를 예방하기 위해 책임지고 교섭대표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섭대표는 임 지부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 외에 한국GM 창원공장 지회장과 노조 내 다른 계파 소속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창원공장 지회장은 창원공장의 고용안정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번 노사 단체교섭에서도 창원공장 지회장은 창원공장의 엔진 배정이나 인건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다른 계파 소속 대의원들도 다음 노조 선거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 집행부와 이해관계가 다르다.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조합원은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중순께 열리는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경쟁 계파인 현 집행부에 노사 합의의 공을 안겨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집행부를 누가 갖느냐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어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노노 간 계파 다툼이 노사 합의를 가로막으면서 일자리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를 위해 투쟁한다면서도 노조 내부의 권력 다툼 때문에 노사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노사 협상은 다음 집행부가 선출된 후 내년에 다시 이어지게 됐다. 현 집행부의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다만 현 집행부가 11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모든 (쟁의) 행위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파업 등 분규 또한 올해 말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