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 엔 칭따오.’ 한 개그맨이 유행시킨 광고 문구가 주술처럼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어느덧 양고기는 삼겹살만큼 친근한 외식 메뉴가 됐다. 특유의 향에 호불호가 갈려왔지만 최근 몇 년 새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연한 램(Lamb, 생후 12개월 이하)을 중심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양고기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가볍게 안주로 즐기던 양꼬치에서 이제 스테이크로 두툼하게 맛볼 수 있는 양갈비가 메인 메뉴로 부상하고 있는 것.
기자도 최근 담백한 양갈비의 매력에 빠져 이곳 저곳 맛집을 검색하던 중 콘래드 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를 발견했다. 양갈비와 이탈리안이라는 어딘가 어색한 조합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소셜미디어에 아트리오를 검색하니 양갈비를 앞에 두고 찍은 인증샷이 쏟아졌다. 알고 보니 양갈비는 아트리오의 히든 메뉴. 피자와 파스타와 함께 양갈비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배나 뛰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아트리오는 지난 11일부터 가을 시즌 한정으로 세 가지 양고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메뉴는 양갈비와 양다리살 스튜, 양정강이 오소부코. 지난 주말 아트리오를 찾아 양갈비와 고심 끝에 양정강이 오소부코를 주문했다.
28m 높이의 천장이 주는 쾌적함 속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들다 보니 어느새 푸른색 꽃문양이 인상적인 폴란드 식기에 양갈비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 호주산 청정 양고기 램을 애플민트에 24시간 숙성시켜 나온 양갈비는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었고 식감도 매우 부드러웠다. 특히 진한 숯 향은 고기의 감칠맛을 더했다.
이날 개인적으로 양갈비와 찰떡궁합을 보여준 소스는 민트젤리였다. 민트와 설탕을 넣어 굳힌 소스로 청량한 민트향에 달짝지근한 맛이 더해져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고 기름진 양고기의 맛을 균형 있게 만들어줬다. 민트젤리와 양고기의 조합은 영국의 오래된 전통이다. 과거 영국에서는 양이 새끼를 낳는 봄에만 양고기를 먹을 수 있었는데 당시 대부분 고기를 그저 푹 끓여 먹어서 맛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봄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민트를 곁들여 먹기 시작했는데 1940년대가 되면서 민트젤리가 상품으로 출시돼 양고기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의 베스트셀러 소스가 됐다.
양갈비 한 대를 해치우자 자연스럽게 와인으로 눈길이 돌아갔다. 아트리오 수석 소믈리에가 이번 시즌 메뉴에 맞춰 추천한 두 가지 레드 와인 중 이날 선택한 것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로 더욱 유명해진 피오 체사레 바롤로(Pio Cesare Barolo 2012). 이탈리아 바롤로 지역에서 100%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말린 장미와 제비꽃의 싱그러운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았다. 투명한 겉모습과 달리 묵직한 바디감과 강력한 타닌감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양고기의 밸런스를 확실히 잡아줬다. 다만 고급 와인이다보니 글라스가 아닌 보틀로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가격은 12만5,000원.
이후 등장한 음식은 이탈리아 밀라노 지방의 대표 요리인 송아지 정강이 찜을 양고기로 선보인 오소부코였다. 송아지 정강이 살보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데다 진한 육즙을 가득 품어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오븐에서 4시간을 조리한 만큼 입안에서는 살살 녹았다. 여기에 시트러스 그레몰라타 소스로 상큼함을 더해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양갈비가 사계절 어느 때나 즐기는 메인 메뉴라면 양 정강이 오소부코는 살짝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날에 딱인 메뉴였다.
이번 콘래드 서울의 시즌 한정 호주청정램 ‘아트리오 이탈리안 램 트리오’는 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에서 오는 10월31일까지 판매한다. 가격은 양다리살 스튜 3만3,000원, 양 정강이 오소부코 3만5,000원, 호주산 양갈비 3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