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역대 최저인 1.25%로 결정한 것은 수출과 투자가 고꾸라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물가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장기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은이 부진한 경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말에도 성장세가 뚜렷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국내 실물경제지표 자료에 따르면 수출은 올해 들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부진의 직격탄을 입은 기업들의 경제전망 심리를 나타내는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71로 전 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2%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지난 7월에 발표한 올해 성장률 2.2% 달성도 녹록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올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965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의 성장세 둔화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 위험이 커진 점도 금리 인하의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 2·4분기 기준 미국 경제성장률은 2.0%로 전 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했으며 중국의 성장률은 6.2%로 역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낮아졌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하락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이 최근 시행된 규제 정책들로 인해 완화하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9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4,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이 총재도 “7월 금리 인하 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며 “가계대출 억제와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다음 달 2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는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두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 등에서 생각하는 국내 실효하한이 1.00%이고 이 총재가 추가 통화정책 여력이 남았다고 말한 만큼 경기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그 핵심 근거는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