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레미콘·시멘트 '가을 보릿고개'

9월 태풍에 공사 중단 잦아지고

재건축 규제로 총선효과도 미미

올 출하량 전년比 10~20% 줄어

예타 면제 수혜, 내년 가을 가시화

시멘트는 물량 밀어내기 수출 나서




“총선 효과요? 가을이 성수기인데 영업 적자라니까요. 죽을 맛입니다”

16일 만난 대형 레미콘 업체의 김 모 상무는 업황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상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재건축 규제 등으로 싹 사라졌다”며 “태풍까지 빈발해 날씨마저 안도와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상의 보릿고개”라며 “정부가 지방 건설 사업에 대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를 해준다지만 실제 납품 효과는 빨라야 내년 가을은 돼야 한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레미콘과 시멘트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날씨와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대표적 천수답 비즈니스 모델인 두 업종이 궂은 날씨로 인한 잦은 공사 중단과 경기악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레미콘 출하량의 경우 수도권은 전년 대비 5~10%, 지방은 10~20% 줄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레미콘 기업에 전체 물량의 80%를 대는 시멘트 업계도 올 출하량이 5~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감률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체감은 훨씬 심각하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래 건설 경기가 피크를 찍었던 때가 2017년”이라며 “이후 내리 2년째 내림세를 타면서 기업마다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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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의 바로미터인 건설경기 지표는 악화일로다. 건축 주거 수주만 해도 지난 2017년 68조 5,000억원에서 2018년 56조 5,000억원, 올해는 49조 7,000억원(업계 추정)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착공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 감소폭은 전년 대비 25.2%나 된다. 상반기에 4.0% 증가했던 수주액이 고꾸라진 셈. 9월 태풍마저 겹쳐 공사도 들쑥날쑥했다. 여기에 레미콘의 원자재인 바닷모래 채취 규제 등으로 모래 가격도 불안정했다. △공사 착공 급감 △공사 중단 △원자재가 폭등이란 삼중고에 시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인천의 옹진군에서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나면서 치솟던 모래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레미콘이 100% 내수라 헤지 수단이 없다”며 “이익이 안 날 정도라 구조조정 빼고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판매를 늘리기는 어려워 건설사와 단가 협상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것도 여의치 않다”고 털어놨다.

시멘트 업계에서도 “내년 가을까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돈다. 내년 총선 무렵부터 예타 조사 면제에 따른 인프라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착공 즉시 물량이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의 한 임원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다고 치면, 착공 후 콘크리트파일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레미콘·시멘트 등은 6개월 뒤쯤 투입된다”며 “ 빨라야 내년 가을에 좀 좋아질 것 같은데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그것조차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시멘트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건설 경기도 안 좋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 문제는 내수 가격이 100이라면 수출은 50~60 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마진을 사실상 포기하는 물량 밀어내기라는 뜻이다. 한 대형사의 경우 전체 생산 캐파에서 30% 넘게 수출로 돌린 상태다. 호황일 때는 수출이 전체의 10%대에 불과했다. 수출도 해안 인근에 공장이 있어 물류에 강점이 있는 이른바 ‘연안사’로 불리는 쌍용·한라·삼표시멘트 등에서만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황 시절에는 가급적 수출을 자제한다”며 “그만큼 올해와 내년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실무자는 “부동산 경기를 다 죽여 놓고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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