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을 무중계·무관중 경기로 개최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또 김 장관은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한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통일부 장관은 그러한 북한의 태도를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단히 실망했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유기준 의원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월드컵 예선경기가 ‘무중계’로 치러진 데 대해 김 장관을 질책했다. 김 장관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관중도 중계도 없이 경기를 진행한 배경에 대한 질문에 “중계권료와 입장권(수익)을 포기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이어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질의 과정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간 공조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19일 남북공동선언문을 보면 ‘남과 북은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조치와 의료 분야 등 협력을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왜 협력을 안 하느냐”는 유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북측에 방역 협력 통지문을 보냈으나 아직 반응이 없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국제기구를 통해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며 “방역 협력에 관심을 가진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와도 협력할 수 있다면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대북지원을 위해 통일부가 사전 제작했지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쌀포대도 등장했다. 포대에는 쌀을 2017년에 생산해 2019년에 소비하면 된다고 적혀 있었다. 유 의원은 포대를 들어 보이며 “7월24일 북한이 WFP를 통한 국내산 쌀 5만톤 지원을 거부했는데도 한 달이 지난 8월24일까지 140만장이나 포대를 제작한 이유는 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쌀 포대는 앞서 WFP와 협약을 맺은 후 매뉴얼에 따라 제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7월 WFP를 통한 쌀 지원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일단은 WFP와 계속 협의를 하고 있고 사무총장이나 아시아국장 등 WFP 대부분의 간부는 ‘기다려달라’고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