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단말기에서 나오는 영수증이나 순번 대기표에 독성물질인 비스페놀A가 다량 함유돼 있지만 국내에는 안전기준조차 없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영수증 용지 등으로 쓰이는 ‘감열지’를 분석한 결과 시료 18개 중 8개에서 유럽연합(EU) 인체 안전기준을 최대 60배 초과한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감열지는 열을 가하면 그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글자를 새기는 종이다. 화학물질인 비스페놀A는 발색 촉매제로 사용돼 감열지 표면에 코팅된다. 비스페놀A는 동물이나 사람의 체 내로 유입될 경우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혼란 시키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EU 국가들은 비스페놀A를 생식독성 1B등급, 안구피해도 1등급, 피부민감도 1등급, 1회 노출 특정표적 장기독성 1등급 등으로 분류해 2016년부터 제조·판매·사용 제한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1g에 200㎍ 이상 포함되는 감열지 사용을 금지한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한 시중은행 순번대기표에서 가장 많은 1만 2,113㎍이 검출돼 EU 기준치(200㎍/g)의 60배를 초과했다. 한 영화관 순번대기표에서는 1만 2,707㎍으로 58배, 한 대형마트 영수증에서는 9,917㎍으로 49배 등 인체에 유해한 비스페놀A 용지가 생활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개 시료에서는 EU 기준치 이하 극소량만 검출됐고, 일부 감열지에는 비스페놀A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의 ‘BPA Free’ 표시가 찍혀 있었다고 신 의원은 전했다. 국내에는 아직 감열지 안전기준이 없는 상태다.
신 의원은 국내 영수증 발급 건수가 지난해 127억건이나 되지만 어느 부처도 감열지의 비스페놀A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정부 기관에서 감열지의 비스페놀A 함유량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하루빨리 비스페놀A 안전기준을 신설해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