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GM·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번엔 스포츠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의 세 번째 독자 모델이자 첫 번째 4도어 스포츠카인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포르쉐 파나메라가 독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국내 스포츠카 시장도 ‘메르세데스’의 브랜드 파워로 공략하겠다는 기세다. 63 S 와 43 중 상위 모델인 63 S를 타고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달려봤다. 엔진 가격만 1억3,000만원이라는데,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의 ‘괴물’ 같은 성능이 몸으로 전달됐다.
우선 세련된 실내가 시선을 한 눈에 사로 잡는다. 메르세데스-AMG가 내세운 이 차의 콘셉트는 ‘도로 위의 레이스카’다. 레이싱을 근본으로 하는 차지만 도심 주행을 많이 하는 현실을 고려해 일상 속 실용적인 성능에도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운전자가 들어가 있는 실내 공간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두 개의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이뤄진 와이드스크린 콕핏, 슈퍼스포츠 콘셉트의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시원시원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이제 주행으로 들어 갈 차례다. 평소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로 달려본 게 생애 최대 속도였다. 하지만 최대 출력 639마력, 최대토크 91.7㎏·m의 괴물 같은 성능을 갖춘 이 차를 얌전하게 다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선 엔진 배기음부터 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메르세데스-AMG의 이사진 20여 명이 배기음을 직접 듣고 승인하지 않으면 이 차가 시장에 나올 수조차 없는 구조라고 한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만드는 ‘원 맨 원 엔진’ 시스템도 메르세데스-AMG는 강조했다. ‘구아아앙’ 하는 엔진 배기음이 역설적으로 청아하게 들려온다. 서킷 주행 안전 때문에 썼던 헬멧을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생애 최대 속도를 내보기로 마음을 먹고 달려봤다. 서킷의 코너를 돌아 직선거리로 진입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2초 정도 페달을 밟았더니 시속 50㎞였던 계기판 숫자가 순식간에 197㎞로 바뀌었다. 이 차의 ‘제로백’은 3.2초. 고속을 즐기지 않던 운전습관이었지만 이 차라면 얘기가 달랐다. 우선 시속 200㎞라는 속도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엄청난 출력과 토크를 갖췄음에도 ‘화가 나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세련된 모습으로 있다가 운전자가 지시를 할 때만 그 야성을 보여주는, 어떻게 보면 메르세데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딱 맞는 성능을 자랑한다. 시승이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특히 직선거리에서는 차도가 끝 없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토반을 꿈꾸는 운전자들이 이해가 됐다.
2톤이 넘는 무게지만 코너를 돌 때 쏠림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자들을 지도한 인스트럭터는 가속이 좋은 차일수록 브레이크 성능이 함께 좋아야 한다고 했다. 언제든 안정감 있게 차량을 잡아줄 거란 신뢰가 생기니 얼마든지 밟아도 좋았다.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울 때 급정거를 하니 갑자기 안전벨트가 몸을 더욱 단단히 조여 맸다. 부드럽지만 정확한 세기와 강도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이 적용된 안전 사양도 듬직하다. 플래그십 세단 S 클래스와 동일한 수준의 반자율 주행 기능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프리-세이프 임펄스’ 안전 시스템,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액티브 차선 유지 어시스트 등의 장치가 높은 안전성을 보장한다. 스포츠카지만 비교적 넓은 트렁크도 이 차의 매력 중 하나다. 골프백 3개와 보스턴백 3개가 동시에 들어가는 크기다.
아쉬운 건 두 가지였다. 가격과 전면부 디자인. 물론 전면부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다. 역동적이고 육중한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리는 그릴이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더 세련미가 가미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격은 63 S 모델이 2억4,540만원, 43 모델이 1억3,420만원이다. 메르세데스-AMG가 경쟁모델로 꼽은 포르쉐 파나메라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로선 성능과 브랜드만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르세데스 브랜드가 스포츠카 시장에서도 국내를 평정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