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6%→2.4%→2.0%... 진단 틀린데 옳은 처방 나오겠나

[빗나가는 성장률 전망]

2%대 성장률 지키려면 3·4분기 0.6~0.7%돼야 가능한데

정부 단기 경기보강 대책 없이 효율적 재정집행만 강조

전문가 "재정 소진 속 민간투자 부진...0.5% 안팎 그칠 것"

김상조(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하위법령 개정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하위법령 개정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0~2.1%로 공식화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 역시도 다소 낙관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대를 사수하기 위한 목표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장 오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기 대비 0.6∼0.7%를 기록해야 2%대를 지킬 수 있지만 민간에서는 0.5%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 경기보강 대책이 없어 효율적 재정집행만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지난해 12월 2.6%, 올해 7월 2.4%에 이어 하향 수정되고 있다. 경제 현상에 대한 진단이 틀린데 과연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냐는 질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권위 있는 기관들이 가장 최근에 전망한 수치이므로 눈여겨보고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4분기 -0.4%, 2·4분기 1.0%여서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전기 대비 0.6% 이상으로 나와야 2%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기집행의 영향으로 재정이 빨리 소진되고 민간투자 등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여서 성장률이 2%를 넘을 수 있을지 여부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은 10개월째 내리막이고 경기 선행지수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나 특별한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3·4분기 성장률이 0.5% 수준에 그쳐 올해 전체 성장률은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대비의 기저효과로 인해 정부는 3·4분기에는 떨어지고 4·4분기 다소 회복하는 식으로 일종의 ‘W’ 형태를 기록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 집중됐던 재정지출 효과를 하반기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3·4분기 성장률 둔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1·4분기 -0.6%포인트에서 2·4분기 1.2%포인트로 급등하는 등 지난 분기에는 재정 조기집행이 성장을 지탱했다. 하지만 올해 1∼8월 중앙재정 집행률이 77.4%로 9∼12월 남은 재정 여력이 22.6%로 많지 않아 하반기에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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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경제부총리는 “기존에 확보한 예산이 당초 목적대로 잘 쓰이는지 4·4분기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효율적인 재정집행만을 수차례 강조했다. 수출·투자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정부지출이 충분히 집행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는 경제활력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 대해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단기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예산 집행에 역량을 쏟아부어 제2의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10조~15조원, 지자체는 두 배가 넘는 이불용 예산이 매년 발생한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특히 홍 부총리는 “예산실·재정관리국과 관계부처가 함께 관례적으로 이용·불용이 이뤄지는 예산사업과 관행적으로 자리를 잡은 국고 보조사업에 대해 내년 1~2월 두 달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제로베이스에서 존폐 여부를 다시 점검해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빈자리를 민간이 메울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수출 둔화에 수출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여전히 경제여건이 어려운 이유를 대외여건 악화로 꼽고 있다. 홍 부총리는 “IMF의 표현대로라면 올해 약 90%에 해당하는 국가의 성장세가 동시에 둔화하는 ‘싱크로나이즈드 슬로다운(Synchronized Slowdown)’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국 수입 수요가 위축(7.9%→-0.2%)되면서 한국·싱가포르·홍콩 등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재정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의 지적에 대해 홍 부총리는 “증세는 입법 전 사회적 합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 작업이 있어야 하고 정부가 제출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에는 전제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고 나서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세 차례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적이 없다.
/워싱턴DC=황정원기자 세종=나윤석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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