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이갑수 대표 등 11명의 임원을 이달 중 조기 퇴진시키는 초강력 쇄신인사를 예고한 데 이어 전방위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초저가 상품 확대 등 지금까지 했던 전략만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보고, 사업의 군살을 빼고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마트 경영을 책임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새로운 시험대에서 오른다.
◇오프라인 군살빼기 속도=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우선 130개 이상인 할인점의 점포별 경쟁력을 재점검해 매각, 자산 유동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인다. 이마트 할인점 중 100개 가량이 자기 점포다. 점포를 매각하거나 유동화해 자금을 미래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고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재무 악화에 대비해 나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시에 장사가 잘 되는 점포는 과감하게 리뉴얼해 지역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도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문점 사업도 ‘실험’을 끝내고 솎아내기에 들어갈 것으로 유통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미래성이 부족한 전문점은 과감히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헬스·뷰티점 부츠, 삐에로쇼핑 등은 이미 올해 33개 점포를 폐점한 만큼 구조조정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몰리스펫샵 또한 일선 동물병원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가전 카테코리킬러인 일렉트로마트와 창고형매장 이마트트레이더스는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일렉트로마트는 올해 9월 기준 총 4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전년 대비 37%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이마트는 올해 가든 5점을 포함해 총 9개 점포를 새로 오픈했으며 연내 5개 점포를 더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부진한 전문점 부문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마트 신사업의 핵심인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는 견고하게 성장 중이고, 올해 다른 포맷의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내년부터 손실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마트는 지난 2·4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적자(298억 원)를 냈다. 금융투자업계는 3·4분기는 적자는 아니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익 규모가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사업 강화=이마트는 자회사인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차기 이마트 대표 하마평에 오르는 것도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 때문이다. 리 대표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추진한 경력도 있다.
이마트는 온라인 신규 고객을 개발해 이들을 단골로 묶어둬야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5%에 가까운 반면 SSG닷컴의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송 능력도 공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SSG닷컴은 지난달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배송 가능 지역을 서울·경기 지역 22개 구로 늘렸지만 하루 처리물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5,000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말까지 세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003’를 완성하고 내년 초부터 일일 1만 건 배송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조직문화 혁신도 단행=이마트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고 조직문화 혁신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업계의 가장 큰 궁금증이 모이는 것은 차기 대표가 누구냐이다. 존 리 대표 얘기가 나오지만 그가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낸 옥시의 대표였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마트가 오프라인 전문가들인 현 간부들을 대거 후방으로 빼고 온라인에 밝은 젊은 층을 전면배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장보기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기존 유통 전문가가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MD와 이커스머 MD는 완전히 업무가 다른만큼 세대교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 혁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과거 삼성 시절부터 내려온 엄격함과 철두철미함을 장점으로 계승하고 있지만 온라인 시대에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준호·박민주·허세민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