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LTE속도조사 신뢰성 논란…출근시간 빼고 최신폰으로 측정

■못 믿을 정부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

프리미엄폰+트래픽 낮은 시간…"최고속도 낼 환경서 검사"

'12억 들인 조사' 무용론 솔솔…업계선 "상시측정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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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자동차 자율주행 관련 맵핑 기술을 개발 중인 국내 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A사는 상당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관련 서비스 출시 시기를 수년 뒤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이 완성돼도 이를 국내 통신망이 제대로 뒷받침해줄지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현재 상용화한 5G가 정부가 발표한 수준의 데이터 전송 속도나 초저지연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며 “기존 4세대 롱텀에볼루션(4G LTE) 때도 정부나 업체의 발표 속도만큼 실제 통신 전송 속도가 안 나온 전례가 있었던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불신은 A사뿐만이 아니다. 특히 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통신품질 서비스 평가를 놓고도 현실 속에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수준보다 과대평가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정부 발표 결과는 민간 업체의 조사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한 조사와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NIA 앱으로 최근 1개월간의 LTE 다운로드 속도를 조사한 평균치는 82.34Mbps였다. 민간 기업의 통신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를 보면 최근 10주간 평균치는 이보다 더 낮은 40.7Mbps였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난해 말 조사한 LTE 다운로드 속도는 전년 대비 11.4% 빨라진 150.68Mbps였다. NIA 앱 대비 거의 2배, 민간 앱 대비 약 4배에 가까운 통신 속도로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이용자 상시평가 결과와 비교해봐도 11개월간 97만여회 측정 결과 다운로드 속도는 25.87~145.37Mbps를 기록해 최저 속도와 비교하면 무려 5.8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통신 속도 발표 격차는 측정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 조사가 상대적으로 통신 속도가 원활한 조건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품질평가는 읍·면·동 등 행정동 488개 지역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8시에 걸쳐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통신 이용 트래픽이 많은 출근·등교 시간대인 오전7~9시와 가정 내에서 모바일 게임, 동영상 시청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오후9~10시 등의 시간대가 제외돼 실제 통신 소비자의 체감도와 정부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측정에 활용되는 단말기의 대표성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지난해 5~11월 품질평가를 진행했는데 단말기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8’만 사용했다. 이 모델은 지난 2017년 9월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평가 당시 출시된 지 1년이 안 된 최신 기종이다. 과기정통부는 조사 당시 보급률이 가장 높은 단말기 기종을 채택하다 보니 구형 단말기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체감도까지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측정 단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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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NIA 앱이나 벤치비로 측정하는 LTE 속도는 측정 시간대가 광범위하고 기종도 다양해 느리게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이용자가 답답함을 느낄 때 앱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균 속도가 낮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벤치비의 한 관계자는 “측정된 속도의 분포를 보면 높은 속도와 낮은 속도가 골고루 나온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앱 측정의 모수는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에 달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느끼는 LTE 품질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서비스 품질 조사에 정부가 쏟는 돈은 매년 약 12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평가를 진행했으며 연말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측정에 사용된 단말기는 LTE 최신 모델 중 하나인 ‘갤럭시 노트9’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측정방식이 실생활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만큼 상시 측정으로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국의 통신 서비스 품질을 자랑거리로 삼는 만큼 최대한 유리한 방식으로 측정하는 지금의 체계를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품질평가 결과가 다른 측정 앱들과 합리적인 수준의 차이를 넘어서 자칫 소비자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측정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각 지점에서 수십 회 측정한 평균치로 품질을 평가한다”며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평가방식으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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