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이마트가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장을 영입하며 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다. 유통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컨설팅 전문가인 강희석(50) 신임 대표의 합류로 정용진 부회장이 성장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는 식음료 사업과 온라인 통합법인 등 신사업 부문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 신임 대표는 전임 이갑수 대표보다 12살이나 젊고 함께 교체된 임원들도 40대 후반~50대 초반으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내 한층 젊어진 이마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는 21일 정기 인사를 앞당겨 강 신임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이커머스의 공세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에도 밝은 유통 전문가를 영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통 컨설턴트 출신, 이마트 청사진 그릴까=강 신임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다. 이후 2004년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10년 넘게 유통·소비재·항공 등의 부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부문 성장전략, 채널 전략, 비용 혁신 성과 개선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거쳤으며 2014년부터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역임했다.
특히 강 신임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오랜 기간 이마트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국내외 유통시장을 심도 있게 연구한 전문가로 미래 이마트를 구상하고 만들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해외 유통 트렌드에도 밝아 이마트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조만간 팀장급의 실무진 조직 개편과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며 “영업 출신이 아닌 만큼 신성장 전략에 초점을 맞춰 이마트의 미래 사업을 이끄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커머스 승부처 초저가 전략 빛날까=강 신임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시장 공략에 대해 연구해온 만큼 이커머스와의 격전 속에 역성장에 빠진 이마트의 변신을 이끌 적임자로 정 부회장의 낙점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는 올해 온라인 사업 법인 쓱닷컴을 출범했지만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 신임 대표의 연구 방향과 이력을 보면 쓱닷컴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할 차별화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사업 전문성·경쟁력 강화=이번 인사는 신선식품과 전문점 등 신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외 소싱 담당 기능을 이마트 트레이더스 본부와 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트레이더스의 수장도 변경했다. 민영선 트레이더스 본부장이 물러나고 새롭게 선임된 노재악 부사장보는 지난 2011년부터 8년여간 트레이더스의 외형 성장을 이끈 인물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이마트 상품본부장으로 이동했다 1년여 만에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그는 트레이더스&소싱본부장으로서 트레이더스 사업부문은 물론 소싱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소싱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트레이더스는 ‘부진의 늪’에 빠진 이마트의 탈출구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트레이더스는 매년 두자릿수씩 성장하며 이마트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올 9월 이마트 할인점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8% 감소한 1조 259억원을 기록한 반면 트레이더스는 15.2% 성장한 2,220억원을 거뒀다.
아울러 프리미엄 슈퍼마켓 ‘PK마켓’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점장이었던 이혜정 PK마켓 BM(브랜드 매니저)를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책임자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외에도 마트의 주요 집객 요소 중 하나인 신선식품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고 신선식품 담당도 신선 1담당과 2담당으로 재편했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기존에는 신선 담당이 한 명이었지만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두 명의 담당으로 나눠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박민주·허세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