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028300)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대규모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기관투자가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에이치엘비는 21일 전거래일보다 29.98% 오른 16만7,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조만간 회사 측이 임상3상과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을 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 최근 사흘 동안 58%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에이치엘비에 대해 다음날(22일) 종가가 지난 18일 종가보다 40% 이상 상승하고 투자경고종목 지정전일(4일)보다 높을 경우 23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지난 14일 이후 이번 달에만 두 번째다.
특히 최근 주가 급등 속에 기관이 주도하는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 비중이 13.41%로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15.4%까지 솟았던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비중은 이후 축소됐지만 지난 8일부터 다시 증가하면서 코스닥 종목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 잔액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이다. 잔액 비중이 높은 것은 해당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 에이치엘비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에 나설 경우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율(대차요율)이 25%까지 치솟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차요율은 10% 안팎인데 25%까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빌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 공매도로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에서는 펀드매니저들에게 공매도 손실과 관련해 사유서를 쓰게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손실이 너무 커 펀드 운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그런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이라는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인 기업이다. 6월 에이치엘비가 글로벌 3상의 유효성 지표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횡보하던 주가는 지난달 말 유럽암학회에서 3상 관련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4만6,500원이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3배 이상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조정을 받는 기간이 있는데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말 이후 쉼 없이 오르면서 (공매도 투자가들이) 청산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급격하게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기관과 투자가들의 공매도 쇼트커버링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