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두고 정부와 농민단체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농민단체 측은 전체 국가 예산 중 농업예산 비중을 4~5%로 증액해달라는 것을 포함해 6개 요구사항을 주장했으나 정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열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기획재정부와 농민단체 간 ‘민관 합동 간담회’는 농민단체 대표들이 회의 중간에 퇴장하면서 결렬됐다.
농민단체 측은 “그동안 농림부를 통해 산업부와 기재부 측에 분명히 우리의 요구사항 약 10가지 등을 전달했고 그 중 6가지는 꼭 정부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며 “하지만 오늘 기재부는 아무런 준비를 해오지 않고 그저 달래기 식이어서 회의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농민단체 측이 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 예산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증액 △한국농수산대학교 정원 확대 △미국 ‘푸드 스탬프’처럼 취약계층 위한 농수산물 쿠폰 발행 등을 통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1조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등이다.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은 “농민들은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 정부는 이미 개도국 포기를 선언할 준비를 해놓고 형식적인 간담회를 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 회장은 “내년에 정부가 슈퍼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는 만큼 농업 예산 4~5%는 제도적으로 무조건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간담회 결렬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논의를 거쳐 늦어도 24일까지 다시 농민단체 측과의 의견 조율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차관은 “연합회에서 정리한 6개 요구사항을 어제 확인했고, 아직 저희가 답변을 다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백주연·나윤석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