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눈]‘이철희 불출마’ 후에도 시정연설엔 '불통'만

김인엽 정치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 국면을 두고 67일간 정쟁을 벌인 정치권을 비판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도 했다.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는 타협 없는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자리했을 것이다. 이 의원은 앞서 2년 전에도 자신의 저서 ‘정치 썰전’을 통해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타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치인에게 부여된 일종의 숙명이고 천형”이라고 했었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바뀐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22일 국회를 찾았지만 여야는 대결만 반복했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언급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손으로 ‘X’자를 그리며 반발했고, 연설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이 겨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붙잡아 악수를 청했다.



‘협치’를 얘기한 대통령 역시 진정한 소통을 하려 했는지는 의문이다. 연설 전 사전 환담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장관 임명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고 할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따로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법원을 개혁하는 법도 좀 계류가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해달라”며 말문을 돌렸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많이 귀담아주시면 대통령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 내 웃었다. 야당의 쓴소리를 귀담아들었다면, 화제를 바꾸고 웃기보다는 자성하는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원칙 고수는 무능을 숨기는 좋은 커버”라고 말했다. 협상을 위해서는 자기 진영을 설득하고 상대 동의를 끌어내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원칙을 고수한다면 자신의 주장만 외치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9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표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가 원칙만 고수한 채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한 번 국회 파행은 불가피하다. 남은 일주일만이라도 여야는 ‘협상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에게 부여된 “숙명과 천형”을 다하는 길이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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