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생산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합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일까. 아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에 이달 초 날아든 경고장이다. 그것도 경영진이 의뢰한 컨설팅 회사가 아니라 노사 스스로 선임한 외부 자문위원회로부터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현대차(005380)의 생산직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은 점차 비중이 늘고 있는 전기·수소차 등 미래형 자동차 때문이다. 휘발유 같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통상 2만~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전기·수소차는 엔진이나 변속기가 불필요해 부품 수가 40%가량 줄어든다.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친환경차 시프트’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33%로 높여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차 역시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수소차의 내연기관차 대체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전동화가 대세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노사는 친환경차 시프트가 기존 생산직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며 대책을 찾고 있다. 미국 GM 노조는 기존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전기차 생산라인 등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대차 노사도 생산인력의 20%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방향을 잡았다.
컨베이어밸트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노동자들은 이제 일자리를 잃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미국 자동차 산업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산업 고용인원은 총 243만명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전기차가 고용증가를 이끌었다. 전기차(20.7%), 수소전기차(10.7%), 하이브리드(10.4%), 플러그인하이브리드(31.3%) 등 전기차 관련 부문의 고용이 두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결론은 명확하다. 회사는 적극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친환경차 시프트를 도와야 한다. 근로자들은 관련 신기술 습득과 숙련에 나서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월급 몇 푼 올려 받고 복지 포인트 조금 더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넋 놓고 있다가는 일자리를 잃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2일 직원들과 함께한 ‘타운홀미팅’에서 “앞으로 사라지는 자동차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위기의식이 이러한데 미래의 생존 논의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임단협에 묶여 수시로 파업을 벌이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걱정스럽다.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