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가 많이 빠져서 어두컴컴하고 음침했는데 이 가게 덕분에 시장이 아주 환해진 것 같아요. 여기서는 달걀 한 판을 사고 (시장에) 내려가서 마저 장을 보려고요.”
24일 오전 11시 반 강원도 삼척중앙시장에 문을 연 이마트(139480)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찾은 60대 김모 씨는 ‘노브랜드’가 뭔지는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시장에 없어서 따로 마트에 가서 사야 했던 물품들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다음에 장 보러 올 때 또 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지난 20년간 침체를 겪었던 삼척중앙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시장 곳곳에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을 알리는 노란색 대형 간판과 현수막이 내걸렸고 아이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젊은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마트는 이날 삼척중앙시장 C동 2층에 약 95평 규모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을 오픈 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이마트가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로 지난 2016년 8월 당진 어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3년 만에 10곳으로 늘어났다.
1770년 읍내장으로 시작한 삼척중앙시장은 1975년 상설시장으로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고 삼척지역 탄광 산업의 발달로 번성했다. 그러나 탄광 산업의 쇠퇴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시장을 찾는 고객 46%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연령대가 높아진 것은 물론, 550여개의 매장 중 167개소가 20여년간 비어있을 정도로 침체를 겪어왔다. 삼척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마트에 손을 내밀었다. 정종광 삼척중앙시장 상인회장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이 있었지만 구미, 당진, 안성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방문한 뒤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줄 기회로 확신하고 상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들어선 삼척중앙시장 상생스토어는 건물 2층에 자리 잡아 고객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통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방문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의무휴업일도 관내 다른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매월 2, 4주째 수요일이 아닌 1, 3주째로 변경했다.
특히 상생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최대한 배제했다. 삼척중앙시장은 청과와 수산물 점포 위주로 구성돼 있어 상생스토어는 야채와 과일, 담배, 국산 맥주 등은 판매하지 않는다. 앞서 당진어시장 상생스토어에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노브랜드와 당진시장을 함께 이용한다고 응답한 고객은 2017년 4월 62%에서 그해 12월 75%로 크게 증가했다.
또 이마트는 젊은 고객들이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외에 스터디카페형 휴게공간 ‘&라운지와 아이들 학습 공간인 ‘키즈라이브러리’를 조성해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삼척시도 약 164평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와 장난감 도서관 등을 구성했다. 아이와 함께 상생스토어를 찾은 35세 이모 씨는 “시장에 올 때마다 아이가 보채서 달래기 어려웠는데 대도시에 있는 몰처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삼척시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같은 층에 들어서는 청년몰에도 협업한다. 삼척시는 25개 청년몰에 임차료와 인테리어비 등을 지원하고 이마트는 청년 상인들을 상태로 유통 트렌드와 점포 운영 노하우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이마트는 2016년 8월 당진 어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첫 선을 보인 후 이번 삼척 중앙시장까지 총 10개의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당진어시장의 경우 상생스토어 입점 후 주차장 이용 건수가 전년대비 50% 늘어나며 고객 유치 효과가 입증됐다. 이마트는 연내 대전과 인천 두 곳에 상생스토어를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삼척=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