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이 경찰의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을 재차 기각한 것을 두고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 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 부장검사는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압수수색 영장 기각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면서 “검사의 범죄를 조용히 덮고 사표를 수리했던 김수남 총장의 검찰이나, 지난해 저의 감찰 요청을 묵살했던 문무일 총장의 검찰이나, 윤석열 총장의 현 검찰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입맛이 좀 쓰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오늘 검찰 내부망에 ‘검찰 자체감찰 강화방안 마련’이라는 보도 참고자료가 게시됐는데 ‘비위 검사에 대한 봐주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의원면직 제한 사유인 중징계 해당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표 수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라는 내용을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부산지검 귀족검사가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 중징계 사안인데도 2016년 검찰은 경징계 사안이 명백하다며 조용히 사표를 수리했고 2019년 검찰은 경징계 사안이 명백하여 사표 수리한 검사들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염불에 불과한 보도자료 문장들이 하도 가벼워 깃털처럼 흩날린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에 임 부장검사는 ‘지금까지 엄정한 감찰을 천명하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을 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십시오’라는 댓글을 달았으나 그는 “솔직히 우리 검찰이 그런 실천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임 부장검사는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검찰이 사법정의를 농락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려니 참담한 심정이지만 이렇게 검찰의 이중잣대가 햇살 아래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 비로소 바로 잡힐 것”이라며 “검찰 공화국 시대가 저물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깨어나는 시간, 막중한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 없는 검찰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 법안 등 검찰개혁 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임 부장검사는 올해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의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김 전 총장 등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경찰은 이후 임 부장검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법무부와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총 3차례에 걸쳐 요청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9월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또 경찰이 이달 22일 재차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다시 기각한 사실도 24일 열린 경찰청 등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