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도 못했는데 기사만 많이 나온다는 댓글이 가슴 아팠다”던 프로골퍼 박결(23·삼일제약). 그는 당당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오는 28일 제주로 향한다.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박결, 2017년 김혜선(22·골든블루) 등 ‘신데렐라’를 배출한 서울경제 클래식은 첫해인 2007년부터 매년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빚어왔다. 총 열한 차례 중 네 차례나 연장 승부 끝에 승자를 가렸을 정도로 예측불허였고, 연장까지 가지 않은 일곱 차례 중에서 네 번은 우승자와 2위의 격차가 불과 1타였다. 나머지 세 번은 2타 차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명언을 골프장으로 끌고 온 셈이다.
총상금을 8억원으로 늘리고 대회 기간도 4라운드로 확장해 ‘메이저급’으로 변신한 지난해는 박결이 최종 4라운드에 무려 8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썼다. KLPGA 투어 역대 최다 타수 역전 우승 타이기록이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시드전 1위의 화려한 경력으로 2015년 데뷔했지만 준우승만 여섯 번이던 박결은 마지막 날 강한 바람에도 버디만 6개를 몰아친 뒤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2017년은 ‘세계 100대 코스’ 제주 핀크스GC로 대회장을 옮긴 첫해였다. 상금랭킹 56위에 머물러 다음 시즌 출전권 유지가 불확실했던 김혜선이 ‘깜짝’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강풍 탓에 경기가 36홀로 축소된 가운데 2라운드 공동 선두 김혜선과 이정은이 3개 홀 연장전을 벌인 결과 김혜선이 상금 1위 이정은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정은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개울에 빠뜨려 더블 보기를 적은 반면 김혜선은 세 홀에서 모두 파를 지켰다. 데뷔 이후 딱 오십 번째 출전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56위의 반란’이었다.
인천 드림파크CC에서 열렸던 2016년 대회에서는 ‘퍼트 달인’ 이승현(28·NH투자증권)이 ‘버디 파티’를 벌이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2승을 달성했다. 5명이 공동 선두로 나선 안갯속 승부에서 이승현은 버디를 9개나 쓸어담으며 7타를 줄였다. 10m가 넘는 버디 퍼트도 3개나 꽂아넣었는데 그중 압권은 2타 차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홀 12m 버디였다.
거제 드비치GC를 찾았던 2015년 대회에서는 김혜윤(30·비씨카드)이 5타 차 역전승으로 3년간 이어진 우승 가뭄을 씻었다. 그는 마지막 날 세 차례나 그린 주변 칩샷으로 홀아웃하는 묘기를 선보여 구름 갤러리들을 흥분시켰다. 지난해 은퇴한 김혜윤은 코치로 변신해 비씨카드 골프단과 함께하고 있다.
허윤경(29·하나금융그룹)이 김효주와 레이크힐스 용인CC에서 ‘석양의 연장 결투’를 벌여 우승한 2014년 대회, 김하늘(31·하이트진로)이 2차 연장 끝에 정상을 밟고 그해 상금왕·대상(MVP)·다승왕을 휩쓴 2011년 대회도 명승부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3년째 핀크스GC에서 펼쳐지는 올해 대회는 31일부터 11월3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며 상금 1·2위 최혜진, 이다연 등 톱 랭커들이 총출동한다. 조아연과 임희정의 ‘역대급’ 신인상 경쟁도 핀크스GC에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