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연준, 이달 0.25%p 인하가 끝? 변수는 트럼프

당분간 마지막 금리인하 전망 지배적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성사 가능성↑

소비 등 경기지표 엇갈리는 게 문제

연준, 경기확장 대응 등 문구 삭제 땐

시장 실망감 커져 되레 부작용 우려도

대선 앞두고 트럼프 압박은 계속될 듯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9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정합니다. 현재로서는 연 1.75~2.0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5일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을 93.5%로 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가 되는 것이죠.

0.25%포인트 인하는 그렇다 치고 월가의 관심은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계속 내릴 것이냐 하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금리인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언제나 그렇듯 최종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로부터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로부터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AP연합뉴스



IB의 전망 그리고 가닥 잡는 미중 무역협상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29~30일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서겠지만 추가 인하에는 선을 그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간사이클 조정’이라는 부분인데 골드만삭스는 이번에 연준이 이 문구를 없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간사이클 조정이란 장기,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아니라 중간 정도의 기간에 일시적으로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사를 담은 표현입니다. 보험성 금리인하라고도 하죠. 이 문구를 없앤다는 것은 향후 금리인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경제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도 삭제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는데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이 금리인하의 종료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단시점은 이번이 될 것이라는 게 WSJ의 예측입니다.

미중 무역합의도 연준의 부담을 덜어줄 전망입니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중이 합의 중 일부 분야에 대한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 진전이 이뤄졌다”며 “차관급 레벨에서 후속 논의를 지속하고 가까운 시기에 미중 고위급 협상 대표가 다시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중국과 매우 잘하고 있다”며 “그들(중국)은 몹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가시게 되면 연준도 연속적인 금리인하를 해야 할 동인이 줄어듭니다.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수차례 미중 무역분쟁의 리스크를 언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이제 금리인하를 중단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봐야 할 겁니다.



소비 등 엇갈리는 지표는 부담…시장 충격 우려도


하지만 금리 결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경우 계속 엇갈리는 지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준은 전체적인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핵심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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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흔들흔들합니다. 지난 9월 미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3% 감소했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0.2%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소비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7개월 만인데요. 소비는 미 실물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지금까지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미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소비 때문이었는데 이 소비가 꺾였다는 것은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달을 포함해 소비지표를 좀 더 두고 봐야 하긴 합니다. 하지만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죠. 앞서 미 제조업 지표가 10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무시 못할 요소입니다. 제조업 부진은 ‘일자리 감소→소비위축→경기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이를 고려하면 연준이 이달 0.25%포인트 금리를 내린 뒤 추가 금리인하를 중단하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물론 또 다른 내수 지표인 주택상황이 좋고( 미 주택건설협회가 내놓은 10월 주택시장지수는 71로 9월(68)보다 상승) 일자리시장도 견고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무 자르 듯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실제 연준이 최종적으로 추가금리 인하 중단을 뚜렷하게 시사하면 시장의 실망감으로 인해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월가에서 “연준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파월 의장이 아슬아슬한 표현으로 줄타기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최후의 변수 대선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여기서 우리가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무역합의든 금리인하든 최종 변수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이번에 1차 무역합의가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중간에 합의를 깰 수 있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조사로 궁지에 몰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빅딜이라는 자신의 목표에 맞추기 위해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번에 빅딜을 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는 무역합의가 3단계에 걸친 큰 틀의 빅딜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빅딜적 요소나 빅딜로 비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죠.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은 이미 알려진 바여서 그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향후 무역합의와 연준의 금리향배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라가르드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글로벌 경제위험에 책임 있다”면서도 “해법도 그가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둔화의 원인을 연준에 돌려 정부에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다음 주 있을 연준의 결정과 향후 입장이 어떤 것이더라도 추가 금리인하는 트럼프의 트윗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트위터에 무엇을 올리느냐에 따라 세계경제도, 금리도 좌우될 것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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