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이 내년 2월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이 나왔다. 다만 전체 수출 가운데 정보기술(I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회복이 예상만큼 강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8일 발표한 ‘최근 수출 경기 진단 및 전망’을 통해 다음 달부터 수출 감소율이 축소되고 내년 2월에는 반도체 가격 개선, 일 평균 수출액 회복, 기저 효과 등으로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회복의 주역은 반도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반등, 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연간 수출이 10% 정도 증가해 전체 수출 회복세를 이끌어 갈 전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탑재 고용량화와 5세대 이동통신(5G),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내년 2·4분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회복세가 예상된다”면서 “낸드는 1·4분기 D램은 내년 2·4분기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재고수준이 정상화돼 가격 반등을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앞서 무협이 발표한 ‘한국의 수출상품 구조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등 IT 제품의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해 본격적인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9월 IT 제품이 한국의 전체 수출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로 2012년 21.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아직 변수는 남은 상황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미·중 무역긴장 완화, 주요국 경기 부양, 국제유가 회복을 수출 회복의 긍정적인 시그널로 봤다. 보고서는 “한국의 1~8월 수출은 물량 기준 2.9% 감소했지만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통신장비, 가전,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같은 기간 독일(-4.2%)과 일본(-4.7%)에 비해 선전했다”면서 “물량과 단가 모두 세계 무역 대비 빠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국, 인도, 러시아 등 주요국 수입시장에서의 한국산 점유율 상승, 중국 수출 의존도 축소 및 신남방·신북방 지역 비중 확대 등 다변화 성과도 수출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출의 양적 질적 개선을 위해 환율, 유가, 금리 변동 등 단기 리스크에 대응하고 시장 다변화, 소재·부품 고부가가치화, 소비재 및 신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수출구조를 혁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