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수백년 전통 ‘사제 독신’ 깨지나…주교회의, 교황에 ‘아마존 기혼男’ 서품 권고

프란치스코 교황/AP연합뉴스프란치스코 교황/AP연합뉴스



앞으로 남미의 아마존 지역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사제 독신제’ 전통을 깨고 결혼한 남성 사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날 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는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28표, 반대 41표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보도했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성직자들은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면 이처럼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제 독신제’ 전통이 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찬성 측은 아마존 지역의 경우 성직자 부족으로 미사를 거의 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하고 인정받는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노드는 이날 투표 결과 등을 담은 권고 사항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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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는 권고 사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는 기혼 남성의 조건을 ‘합법적으로 구성되고 안정적인 가족’을 지닌 ‘공동체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남성으로 제시했다.

다만 시노드는 이를 위해 교회법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기혼한 영국 성공회 목사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규율에 예외를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 결과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에서 도출된 결론을 참고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는 교리가 아닌 규율과 전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시노드는 이날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외에도 환경을 해치는 행위를 ‘생태학적인 죄’로 규정하고 아마존 지역과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기금’을 조성할 것도 제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당 안건을 연내에 다루겠다고 답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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