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농업 경쟁력 강화할 근본 대책 세워라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경제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압박을 가한지 석 달 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와 경제 규모나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다수 국가가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지위 포기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대외 명분은 물론 WTO에서의 미래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도국 지위를 끝까지 고집할 경우 미국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정부는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칠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영향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무역협상이 진전돼 타결되면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 감축으로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 추가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작물과 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는 한편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당시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만든 ‘농어촌 상생기금’을 조기 확충하도록 기업 출연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퍼주기식으로 제대로 된 농업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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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95년 WTO 가입 이래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농업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가구당 농업소득과 곡물자급률 등 대부분이 열악한 수준이다. 국고로 지원하는 농업보조금은 일부 농민의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관리로 부정 수급과 중복·편중 지급이 만연해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선진 농업을 표방하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든 스마트팜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는 스마트팜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고 보조금 퍼주기에 급급하면 우리 농업의 영세화를 극복하는 것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계기로 농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소득 보전 등 위기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혈세만 축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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