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확대보다는 기업 정책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활력을 높여 투자와 고용이 늘어야 성장률 반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가 회복하려면 투자와 고용·수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는 모두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경제는 시장이 움직이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가로막아온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았다.
27일 성장률 하락에 대한 정책 대응을 묻는 질문에 기업인들은 정부가 정책 기조를 전반적으로 바꿔 기업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정부 내에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투자 및 사업 확대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를 잇달아 방문하며 기업들의 기를 살리려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더니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쏟아냈다”며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가뜩이나 경직된 국내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수적인데 이 또한 주 52시간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공장은 물론 R&D센터까지 해외로 옮기려 하고 있다”면서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확대 등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동차·디스플레이·조선·철강·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에 목을 매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사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택시 등 기득권 업계의 반발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처럼 재정으로 성장률을 높이는 방식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기업 등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특히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마음껏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적 측면도 중요한 만큼 정부가 기업의 기를 살리고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줘야 기업들도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없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