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 사이에선 발걸음이 끊기지 않는 명소가 있다. KT가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의 KT과천사옥에서 운영 중인 전시관 ‘퓨처인FUTURE-IN)’이다.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기반의 첨단 기술들이 근미래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9월 개관 후 약 13개월만인 이달 10일 현재까지 74개국의 383개 기업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퓨처인을 탐방해보니 로봇, 드론, 증강현실(AR)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핵심 기술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AR글래스와 로봇팔을 융합한 기술이 압권이었다. AR글래스를 얼굴에 착용한 뒤 로봇팔을 바라보니 로봇팔의 주요 제원과 기능에 관한 정보가 기자의 시야에 디지털로 표시됐다. 이어서 로봇팔 몸체로 시선을 옮기니 마치 투시경으로 보듯 내부에 장착된 회로기판 등 각종 부품이 나타났다. AR글래스로 보는 모든 장면은 그대로 네트워크를 타고 중앙관제실 모니터에 생중계됐다. 전문 엔지니어 역할을 맡은 담당자가 모니터 화면에 빨간펜으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세밀한 작업지시를 내리자 이번에는 거꾸로 AR글래스에 중앙에서 보낸 사항이 빠짐없이 전달됐다. 강성진 KT INS운용센터 차장은 “현대중공업과 수서고속철 등에 적용되면 다수의 현장 작업자들이 실시간으로 전문 기술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옮겨 360도 폐회로(CC)TV 부스에서는 단 한대의 카메라로 전방위 구석구석까지 감시할 수 있는 스마트 관제의 현주소를 살필 수 있었다. 어느 각도건 미세한 움직임까지 확대해 포착하기 때문에 설비는 최소화면서 기능은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 없이 보낼 수 있는 5G를 기반으로 고화질 영상 감시를 하며 동시에 비상출동, 해킹 차단까지 가능한 복합서비스로 일반 상점과 공사장 등에서 호응이 좋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전국 1,500개 지점에서 측정한 대기질과 소음 정보를 한 눈에 살피고 미세먼지 예보기능을 탑재한 ‘에어맵코리아’가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기능하는지, 6시간 이상 24층 높이 하늘에서 지상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재난 대응 효율성을 높이는 ‘5G 스카이십’이 어떻게 산불 방지나 미아 찾기에 투입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팩토리 적용사례, 보안 솔루션 등 KT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모든 혁신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퓨처인’인 셈이다.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는 물론 융·복합을 통해 조만간 다가올 미래 일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보니 한국을 찾는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 잇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선도자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꼽힌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이달 중에만 필리핀 최대 통신사 ‘PLDT’의 최고경영자(CEO)와 아르헨티나 과학기술생산혁신부 장관, 세계 25개국 사이버보안 관련 정부인사 31명 등이 퓨처인을 찾았다.
글로벌 인사들은 각국의 ICT 수준과 정책에 따라 퓨처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CCTV나 각종 관제, 화재감시 등 보안 관련 솔루션과 에너지 전환기술 등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고, 유럽과 중국 등 5G 상용화를 앞둔 나라 인사들은 5G 상용화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부하면서 이를 활용해 어떤 비전과 가치를 만들지에 높은 흥미를 나타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글로벌 정책결정자들의 관심은 KT 솔루션 수출로도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혜진 KT INS운용센터장(상무)은 “개발도상국과 5G 도입 예정국에서 퓨처인을 찾은 이후 본사와 실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KT의 5G 상용화 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