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불공정 관행" 비난에도 마이웨이...中, 새로운 무역전쟁 자금 만드나

■中정부 34조 반도체펀드 조성

2기 펀드 1기보다 47%나 늘어

투자대상도 AI·5G로 대폭 넓혀

무역협상 타결에 '짙은 그림자'




미국이 지난해부터 중국의 ‘불공정 제도·관행’을 문제 삼아 무역전쟁을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또다시 대규모 ‘반도체펀드(중국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를 설립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한층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규모의 ‘스몰딜’은 몰라도 무역전쟁의 종전은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 22일 2,042억위안(약 34조원)의 신규 반도체펀드를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이 무역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군자금’을 만들었다”면서 “미국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제1기 반도체펀드에 이어 이번에도 중국개발은행이나 중국담배공사 등 국유기업이 자금을 내놓기로 했다. 이들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소유한 사실상 정부기업이라는 점에서 실제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주요한 ‘불공정 제도·관행’이라고 비난하며 이를 이유로 지난해 무역전쟁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만들면서 이의 중요한 부분으로 ‘반도체 굴기’를 내세웠다. 이후 한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뒤떨어진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정부 주도로 진흥시키기 위해 2014년 1,390억위안 규모의 제1기 반도체펀드를 만들었다. 당시에도 재정부·국가정보화부 등 정부부처가 주도하고 차이나모바일·베이징이좡국제투자 등 8대 국유기업이 자금을 갹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국가자본주의’의 대표 사례라며 비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목표를 위해 펀드 설립에 깊이 간여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올해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한 ‘업무보고’에서는 ‘중국제조 2025’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않았지만 첨단기술 육성정책은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제2기 반도체펀드 설립으로 확인됐다. 2기 규모는 1기에 비해 47% 늘었으며 투자 대상도 기존 반도체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으로 훨씬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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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USTR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낸 제프 문은 2기 반도체펀드에 대해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진 국가 주도의 관행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단 미중 무역협상은 단기적으로는 훈풍을 타고 있다. 미중 양국의 고위급 협상대표단이 의견을 모은 11일의 ‘1단계 합의’와 관련해 USTR은 “양측은 합의 중 일부 분야에 대한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합의문 일부의 기술적 협의를 기본적으로 끝냈으며 일부 농산물 문제에 대해서도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1단계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은 15일부터 예정했던 추가 관세율 인상을 보류했다. 반면 중국은 대량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중국의 시장 개방, 중국의 환율시장 개입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즉 이번 2기 반도체펀드로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하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무역협상의 핵심의제는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몰딜이라도 합의하기로 한 것은 미중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역시 반전의 모멘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9월 공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공업이익이 2% 하락한 데 이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는 의미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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