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청원견(近聽遠見).
1987년 직선제 이후 최장 재임 총리가 된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출근길 소감으로 본인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으로도‘더 낮게, 더 가깝게, 더 멀리’ 보면서 내각을 이끌어 가겠다는 뜻이다. 이 총리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면서도 “그런 기록이 붙었다는 건 저에게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881일차 출근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김황식 전 총리의 재임 기간 880일을 넘기고 최장수 총리가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20분께 정부서울청사 로비에서 만난 취재진이 최장수 기록과 문재인 정부 전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나름대로 놀지 않고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잘된 것도 있지만 아쉬운 것도 없지 않다”고 답했다.
‘아쉬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자 “지표상 나아지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삶이 어려우신 분들은 여전히 어렵다”며 “그런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선 늘 저의 고통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文정부 후반기…‘더 낮게, 더 가깝게, 더 멀리’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로 들어서는 데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내각에 필요한 자세로 ‘근청원견(近聽遠見·가까이 듣고 멀리 봄)’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며 “더 어려운 분들께 더 가까이 가야 하고, 거기에 더 착목 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동시에 놓쳐서는 안되는 게 더 멀리 보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한 번 더 “더 낮게, 더 가깝게, 더 멀리 3가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2~24일 방일 결과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에게 귀국 다음 날 직접 보고드렸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25일) 청와대 기자단과 (대통령) 간담회 직전에 제가 청와대에 있었다”며 “꽤 긴 시간 동안 상세한 보고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조용히 들으셨고, 일본과의 소통을 계속 해달라는 분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총리는 문 대통령과 소통 횟수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주례회동이 있다”며 “필요할 때는 단둘이 뵙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거취는?...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날 이 총리는 거취에 대한 질문을 또 받았다. 이 총리는 “당연히 제 거취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조화롭게 하겠다”고 답했다.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됐던 이 총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안정되게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80일 동안 그는 차기 여권 대선주자 1위 자리에까지 올랐다. “살면서 그 어떤 길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언론인, 4선 의원, 도지사, 최장수 총리 역임 이후 다음 행선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 총리의 표현대로 거취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괜히 분위기 쇄신용 개각에 나섰다가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인사 참사가 터질 경우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하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여론 선호도가 높은 인물을 당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인 이 총리 카드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총리의 복귀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국정 호흡과는 별개로 ‘친문’ 주류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당내에 큰 세력이 없는 이 총리 대신 ‘PK(부산·경남) 대망론’을 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리가 “저도 모르겠다”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