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의 피해자인 이춘면(88·사진) 할머니가 별세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할머니가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전범기업인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할머니는 13세던 1944년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면 상급학교에 진학시켜 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후지코시 측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이후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씩 철을 깎거나 자르는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이 할머니는 2015년 5월 자신이 입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후지코시에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17년 1심은 후지코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후지코시 측은 이 할머니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올 1월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후지코시가 다시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채 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 할머니의 소송은 유족이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