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혈투 벌인 라이벌서 '혈맹'으로...ICT 대격변 예고

SKT-카카오 전략적 파트너십

내비·음원·모빌리티 등 경쟁자에서

쇼핑·미디어 등 산업 격변 동반자로

시너지로 미래 경쟁력 강화 기대

사진설명 :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왼쪽)과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오른쪽)가 3000억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 ICT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사진설명 :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왼쪽)과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오른쪽)가 3000억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 ICT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카오톡 친구의 생일 알림이 뜨자 쇼핑몰 11번가에서 추천 상품을 제시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는 카카오가 만든 드라마를 시청한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절반을 차지한 SK텔레콤(017670)(SKT)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가진 카카오 간 서비스·플랫폼 결합으로 예상되는 모습의 아주 작은 예시일 뿐이다. 이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커뮤니케이션, 모빌리티 등 정보통신기술(ICT)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두 회사의 연대는 산업·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대를 맞아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자 시너지와 파괴력이 기대되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동맹을 선언한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각각 이동통신, 모바일메신저가 주력 사업으로 수년 전만 하더라도 경쟁 관계로 보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업태 간 접점도 불명확했다. 그러나 ICT 기술의 발전과 사업 다각화로 이들은 곳곳에서 정면 대결을 펼쳤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기능에 이어 ‘보이스톡’, ‘페이스톡’을 내놓으며 이통사들의 ‘현금 밭’이던 음성통화와 문자 시장을 잠식했다. SKT ‘티맵’이 주름잡던 내비게이션 시장에는 2015년 카카오가 뛰어들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고, 반대로 ‘카카오택시’에는 SKT가 ‘티맵 택시’로 맞불을 놨다.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음원시장에서는 SKT에서 카카오로 넘어간 ‘멜론’에 대항해 SKT가 다시 ‘플로’를 내놓고, 영상콘텐츠와 쇼핑, 게임 등 전선이 나날이 넓혀지며 ‘ICT’라는 큰 틀에서 같은 미래 먹거리를 두고 다투는 형국이 됐다.


이런 변화는 비단 SKT와 카카오만이 아닌 구글과 페이스북 등 국내외 ICT 기업 전체를 거대한 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적과의 동침’이라고 부를 만한 SKT와 카카오 간 지분을 나눈 ‘혈맹’이 탄생한 배경이다. 아군과 적군이 모호해지고, 경쟁 범위가 무한해지는 상황에서 연대가 곧 살아남는 방식이라는데 두 회사가 뜻을 같이한 셈이다.

양 사는 협력의 성과가 먼저 나타날 분야로 통신·커머스·디지털콘텐츠·미래ICT 등 4가지를 꼽았다.


통신 분야에서는 SKT 서비스 내용과 혜택에 카카오톡이 더해진다. 예를 들어 SKT 고객 상담이나 상품 소개, 판매 등에 카카오톡 메신저가 활용되는 식이다. SKT의 한 관계자는 “통신 분야는 고객 서비스가 많아 메신저와 결합하면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상세한 내용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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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분야에서는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SKT의 11번가와 카카오톡 쇼핑 서비스를 합친 기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커머스분야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히면서 기존 온라인 대형 쇼핑사들의 온라인 전환에 기존 소셜커머스업체까지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분야다. 양사는 플랫폼에 AI기능을 얹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카카오의 지식재산권(IP)과 콘텐츠 제작 역량에 SKT의 다양한 채널이 결합하는 방식이 나올 전망이다. SKT는 OTT ‘웨이브’와 인터넷(IP)TV, 합병 예정인 티브로드까지 다양한 콘텐츠 유통망을 보유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ICT 영역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신기술이 매일같이 쏟아져나오고 경쟁은 심화하는 상황에서 양사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합쳐지면 AI 역량이 대폭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유영상 SKT 사업부장은 “미래 ICT의 핵심이 될 5G, 모바일 플랫폼 분야의 대표 기업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양 사 모두 미래먹거리가 겹치는 상황에서 서로 싸우기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며 “카카오와 SKT의 월간이용자가 각각 4,400만명, 3,1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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