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또다시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최근 비우량 회사채들의 미매각 사태가 늘면서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진행한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7월 미매각에 이어 이번에도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570억원의 매수 주문만 받았다.
트렌치별로 보면 9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는 목표 금액의 절반인 450억원이 들어왔다. 800억원어치를 예정한 3년물에는 불과 120억원의 주문에 그쳤다.
이번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에는 KB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SK증권·키움증권 등 5곳의 주관사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DB금융투자·유안타증권·교보증권 등 5곳의 인수단이 가세했다. 대한항공은 파트너 부담과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고정금리 카드까지 꺼냈다. 2년물과 3년물에 각각 3.3%, 3.7% 수준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파라다이스(A+), 한화건설(BBB+)에 이어 이번 달에도 롯데건설(A+), 군장에너지(A+) 등 비우량 회사채들의 미매각 사례가 이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두고 회사채 수요가 전반적으로 낮은 가운데 우량 등급 위주로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며 “특히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목적의 투자가 금리가 더 높은 신종자본증권으로 이전되면서 하위 등급 채권들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풀이했다.
이제까지 대한항공이 발행한 회사채가 대부분 리테일에서 소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업 업황이 침체되면서 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까지 ‘국적 항공기’ 특성상 개인 고객들의 수요가 몰렸지만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쌓였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비우량 회사채는 리테일에서 가져가는데 BBB+ 등급 가운데서는 대한항공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며 “항공업황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 부각되면서 고정적인 리테일 수요가 이탈한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