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 협의를 위한 남한 정부의 당국 간 실무회담 제안에 대해 문서교환 방식을 재차 주장하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29일 밝혔다.
북측이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남측의 대화 요청을 묵살하면서 대북 저자세 외교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북측은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 관련해 우리 측이 제의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각각 보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보낸 통지문에는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사실상 남측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면서 금강산 문제를 계기로 남북관계 교착 국면을 돌파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난항을 겪게 됐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금강산 논란과 관련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강조한 만큼 실무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북한 관광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실제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실무회담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신문을 통해 직접 철거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남북 협의를) 시설물 철거 문제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시설물 철거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철거하라’고 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거론하면서도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통일부는 실무회담 재요청 등 금강산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국자는 “당국 간 만남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문서교환은 기본적으로 인원이나 일정 등 실무적 문제에 대해 필요한 경우 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은 금강산관광 관련 문제로 보고 상호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현대아산 측은 북한의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전날 북측에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