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이 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징용 문제 관련 합의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교도통신은 전날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 정부가 양국 간 갈등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합의안 검토에 착수했다며 ‘경제기금 설립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제기금 설립안은 ‘일본 측 관계자’가 초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한일 간 협의에서 복수의 안이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경제기금 설립안의 핵심은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성격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상호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자금을 준비하되, 일본 기업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가 끝났다’라는 일본 정부 입장과 어긋나지 않는 형태로 자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는 전날 이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간 한국과 일본 당국 간 논의 과정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가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1년을 맞아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묻는 말에 “우리(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은 종래부터 일관된다”며 “그것에는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 정상회담 성사 문제와 관련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한국 측이 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한 최근 발언이 정상회담 조건을 제시한 것인지에 대해선 “말 그대로”라며 한국 정부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낙연 총리와 아베 신조 총리 간의 회담이 열리고 하루 뒤인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한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 발언이 “대화를 닫을 생각이 없다”고 해온 아베 총리의 생각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모순되지 않는다는 말이 무조건 대화에 임할 생각이 있다’는 뜻인지를 묻는 말에는 “한일청구권협정이 바로 오늘날 한일관계의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청구권협정에 관한 일본 측 해석(개인청구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여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최종적으로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는 문제에 대해선 질문에 어울리는 답변을 피한 채 “전체 상황을 보면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