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신반포 3차·경남 통매각 의결...정부-조합 상한제 충돌 현실로

조합원 95% 찬성...법리논쟁 예고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조합 총회 모습. /이재명기자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조합 총회 모습. /이재명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원베일리) 조합원들이 일반분양 통매각을 승인했다. 투표에 참석한 조합원 중 95% 이상의 압도적인 천성률로 통매각이 의결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29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일반분양 통매각을 놓고 결국 조합과 정부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조합은 통매각 후속 행정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어서 법리 논쟁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반포동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신반포·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 결과 ‘일반분양 통매각’ 안건이 통과됐다. 조합은 정부와 서울시의 불가 방침에도 일반분양분을 통매각하기로 의결했다. 통매각 안건은 투표에 참여한 2,324명 중 2,267명이 찬성해 97.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1·2차 유찰 끝에 수의계약에서 최종 입찰자가 나왔다. 변호사 부동산중개 서비스로 알려진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임대관리 업체인 ‘트러스트스테이’가 3.3㎡당 6,000만원에 통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합은 통매각 안건이 통과된 직후 바로 서초구청에 정관 변경 및 관리처분 변경을 신고할 방침이다. 경미한 신고가 받아들여지면 이튿날 바로 입찰자인 트러스트스테이와 계약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결정되기 전에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한편 국토부와 서울시는 조합이 이를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일반분양 통매각이 허용되면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에 분양 못해” 상한제 반기…신반포15차는 선분양 검토>

29일부터 상한제 시행... 6개월 유예 내년 4월 29일

재건축 조합마다 셈법 달라... 곳곳 충돌 예상




29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다. 이로써 ‘10·1 대책’에 따른 정비사업 6개월 유예기한은 2020년 4월 29일까지로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래미안원베일리) 조합이 추진하는 일반분양 통매각이 핫 이슈로 부상했다. 조합원들이 상한제 시행에 따른 재산 손실에 반대하며 통매각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조합이 행정절차를 진행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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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신반포3차·경남 조합 의도대로 일반분양 통매각이 성공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큰 구멍’이 뚫리는 셈”이라며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조합과 정부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 압도적 표차로 조합원들 찬성 = 이날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들 가운데 95%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매입 대상자인 ‘트러스트스테이’의 공승배 대표는 “의지가 꺾일 일 없이 조합과 끝까지 가겠다”면서 “자금 조달은 충분히 준비돼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임대관리업체인 ‘트러스트 스테이’가 3.3㎡당 6,000만원에 통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조합원들이 일반분양 통매각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아파트의 시장가격과 정부 통제 가격 간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일반분양분 364가구를 임대사업자는 3.3㎡당 6,000만원, 총 7,446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한제가 적용된 일반분양가는 3.3㎡ 당 2,800만~3,000만원 선으로 4,000억원 차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 통매각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느니 아예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물론 여러 쟁점사항은 남아있다. 일반 일반분양 통매각이 경미한 사업변경인가 여부다. 조합 측은 “일반분양을 통매각으로 바꾸는 것은 경미한 부분의 관리처분계획 변경이기 때문에 관청 인허가 사안이 아니며 신고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관청이 서초구는 난처한 입장이다. 서울시가 구에 관리 감독을 지시했다. 서초구가 중대한 변경으로 보고 인허가를 장기간 가져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매각 시점을 놓고도 조합과 정부 간 법리 논쟁이 예상된다. 조합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상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일반분양 공고를 낸 뒤 일반분양분이 확정된 이후에나 매각할 수 있다며 제지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원베일리 단지의 상징성 때문에 더더욱 분양가상한제 예외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다. 때문에 조합이 추진하는 통매각 행정절차마다 제지를 걸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 현실이다.

◇ 신반포 15차는 선분양 논의 = 한편 다른 조합들도 셈법이 복잡하다. 내년 초 분양이 가능한 곳은 사업 속도를 높이는가 하면 여전히 후분양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당초 후분양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던 신반포15차도 내년 4월 분양이 가능해지자 다시 선분양으로 전환할지 여론 수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 관계자는 “6개월 유예기간 내 선분양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자 최근 선분양하자는 의견이 많아졌다”면서 “조만간 다시 총회를 열어 선분양과 후분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신천동의 미성크로바는 사업방향이 후분양으로 더 기울어졌다. HUG 기준대로라면 분양가가 3.3㎡당 2,995만원에 머물뿐더러 내년 4월까지 분양공고를 내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최근 자체 용역을 통해 2022년 하반기에 후 분양할 경우 3.3㎡당 4,000만원 이상에 분양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최근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률이 이어진다면 현재 HUG 고분양가 기준보다 사업성이 낫다는 판단이다.

관리처분인가는 받았으나 4월 내 분양은 불가한 후발주자들은 선행 사업지의 행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미성크로바 바로 옆 잠실 진주 재건축 조합도 최근 일반분양분 통매각 방안은 전면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리처분변경 인가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난 24일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동작구 흑석동 흑석 9구역과 조합장 해임사태로 사업이 중단된 흑석 3구역도 후분양을 자체 검토한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유예기간 내 분양 가능한 정비사업은 사업을 서두르겠지만 초기 단지는 최대한 천천히 진행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 “후분양이나 일반분양분 일괄매각을 포함한 리츠 임대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이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과 맞물려 숨 가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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