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첫 관문 넘은 현대重, 기업결합 남은 과제는

카자흐, 대우조선 결합 첫 승인

선주 몰린 유럽이 최대 걸림돌

'경제보복' 日 견제 여전히 변수

양사 노조 반발도 해결 과제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이 승인을 통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은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 20%를 넘기는 대형 조선사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난제가 남아 있다. 앞으로 유럽연합(EU)·중국·일본·미국 등 5개국 공정거래 당국의 심사를 넘어서야 한다. 특히 EU와 일본의 견제를 뚫어야 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어렵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사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과 기업 결합을 위해 지난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일본과 유럽연합(EU)·중국·카자흐스탄 등 5국에 신청서를 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고사 위기에 몰렸던 한국 조선업의 회생 방안으로 산업은행이 제시한 해결책이다. 합병이 순조롭다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70%를 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저가 수주 경쟁이 완화되면서 선가가 올라 국내 조선소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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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에 남은 관문 중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바로 EU다. 유럽은 국내 조선업계의 고객사인 선주사 대부분이 유럽에 밀집돼 있는 곳이다. 선주들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개 업체가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벌이면 싼 값에 품질 좋은 배를 사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1·2위 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선주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져 선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선주가 두 회사의 결합을 반기지 않는 이유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럽 선주들이 시장 지배력을 놓지 않기 위해 결합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 경쟁당국은 이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한국 공정거래위원장에 해당)은 올 3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시장경제 관점에서 보면 M&A가 기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아니다”며 “M&A를 통해 (기업이) 침체 상황에서 회생을 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일본이 인수를 불허하지는 못하겠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견제·반발은 예상보다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양대 국영조선그룹인 CSSC와 CSIC의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국 조선업 재편을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업의 재편을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노조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주노총과 진보연대는 EU 경쟁총국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합병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7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쟁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하고 있으며 모든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대우조선 인수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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