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관련 법안 4건을 12월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를 놓고 찬반 입장으로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불법 부의 논란을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 의장은 당초 민주당의 주장에 따라 이날 부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위법’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시점을 늦췄다. 민주당은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공수처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4월30일을 기준으로 180일이 되는 이날부터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한국당은 180일 외에 법제사법위원회의 자구·체계 심사 기간 90일을 추가로 보장해야 하므로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대립 상황에서 문 의장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입장에 따라 부의 시점을 결정했다. 국회가 자문을 구한 법학자 가운데 다수는 “법안이 사개특위에서 법사위로 이관된 9월2일부터 자구·체계 심사 기간 90일이 경과해야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불법 부의 공방에서 벗어남으로써 민주당과 한국당 간 정면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4월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는 위원의 불법 사·보임 논란이 여야의 몸싸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문 의장 측이 “12월3일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한 뒤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뇌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야가 공수처법 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여권은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반드시 야당과 합의해야 한다. 여야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다. 특히 공수처장 추천위원 전체 7명 중 제1야당 추천 몫이 1명에 그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공수처가 ‘친문(親文) 은폐처’ ‘반문(反文) 보복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괴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공수처를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