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역화폐, 내용은 제로페이, 부산시는 각성하라.” “죽어가는 제로페이 살리려다 부산시 지역화폐 다 죽인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와 부산참여연대는 30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부산시가 올해 말 300억원, 내년 1조원 규모로 발행할 지역화폐가 제로페이 연계 방식으로 추진되자 부산시민사회와 중소상공인 등이 이를 규탄하려고 마련했다. 부산시가 최근 전문가, 시의회, 시민단체, 소상공인 등으로 꾸려진 ‘부산시지역화폐추진단’과 7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합의한 지역화폐 기본안에 따른 발행방법과 방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이번 규탄의 골자다.
이들은 “제로페이와 연계한 지역 화폐는 막대한 세금만 낭비할 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고 이에 부산시는 공식회의에서 애초의 제로페이와 연계하려는 방침을 바꾸겠다는 약속까지 하면서 연말 도입을 추진했으나 결국 당초 부산시의 의도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제로페이와 연계한 지역화폐 발행은 복잡한 사용절차 등으로 타 시도에서도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행을 부산시가 고집한다면 결국 정책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먼저 운영대행사 선정을 위한 부산시의 제안요청서의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들은 “부산시 지역화폐 기본안의 핵심은 빠른 유통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선불충전형 IC카드가 주요 수단으로 모바일 결제수단을 보조수단으로 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운영대행사 선정을 위한 부산시의 제안요청서 상에는 카드형 지역화폐의 기술표준 및 운영평가 내용은 중점평가항목에서 제외되고 기존 제로페이 가맹점 활용 및 연계방안, 신규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이 중점 평가항목으로 지정됐다. 또 선불 충전형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간편결제가 평가항목으로 구성된 점 등은 제로페이의 활용도가 우선인 모바일 중심의 평가지표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운영대행사 선정 요청서에서는 타 지자체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선 사업자 선정 후 카드발행을 위한 신용카드사와의 협약’을 제출할 수 있게 하는 편법을 종용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부산지역화폐 입찰제안서의 내용으로 볼 때 부산시지역화폐추진단 회의와 합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봤다. 부산시와 해당 주무부서가 처음부터 제로페이의 지역화폐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함으로써 전형적인 관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로페이 연계방식은 지역화폐를 적용하기 어려운 서울에서 시도된 것으로 울산 등의 사례를 볼 때 지역화폐 활성화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과성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이는 방법”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침체한 지역경제를 위한 부산형 지역화폐가 본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도록 부산시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