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년도 한국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KEB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30일 ‘경제·금융 및 금융산업,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국내경제도 민간부문의 부진을 정부투자로 상쇄하는 ‘절름발이’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성장률(GDP)은 올해 1.8%, 내년 1.9%로 2년 연속 1%대 성장을 예측했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에 종료될 우려가 있다”며 “생산가능인구 급감과 투자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이로 인한 글로벌 분업체제(GVC)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1%대 성장 우려에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1%까지 내릴 가능성도 높게 봤다. 시장 금리의 경우 내년 1·4분기까지 수급 부담이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저성장 장기화 전망으로 재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정 수석연구원도 “통화 완화의 비용 대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나 1%대 성장 고착화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양호한 외환 펀더멘탈과 한미 경기 및 금리 차 축소 등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 변수를 고려해 1,120∼1,250원대에서 상당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금융산업 전반에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예상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하는 가운데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고 대손 비용 증가, 연체율 및 부실채권 비율의 상승 등 각종 건전성 지표의 악화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지방 부동산 관련 사업의 부실 가능성도 커졌다고 강조했다.
김혜미 연구위원은 “그 동안 체감경기와 달리 대손비용율이 낮았던 이유는 대손충당금 환입효과에 있었으나, 이제 이러한 효과가 사라져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은행권에서 증권은 자산관리 부문보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 개선이 지속할 것이나 우발채무 급증에 따른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봤고, 생명보험은 저축성 보험시장의 위축, 보험 해약률의 상승,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등으로 인해 올해에 이어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내년엔 오픈뱅킹의 본격적 시행으로 비금융회사의 금융서비스 제공이 활발해지는 등 금융권의 진입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봤다. 정희수 금융산업팀장은 “오픈뱅킹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과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산업전망의 경우 제조업의 구조적 회복은 지연되는 가운데 ‘반도체 착시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주요 13개 산업의 2020년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 규모의 68% 수준에 불과해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며 “반도체는 전체 영업이익 규모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해 산업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반도체 착시현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